지난주 찾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는 활기가 넘쳤다. 2010년 대대적으로 진행한 하노이 정도(定都) 1000년 행사를 통해 도로가 깨끗이 정비됐고 새 고층건물들이 스카이라인을 바꿔놓고 있었다.
한국인들은 어디서나 대체로 환영을 받는 분위기였다.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다'는 베트남이지만 각종 행정절차에서 우대를 받았다.
사실 한국과 베트남 관계는 냉각 위기를 여러 차례 맞았다. 베트남에서 한인이 현지 여성을 살해한 강력범죄로 양국 관계가 한 차례 경색됐고, 한국에서는 2010년과 지난해 베트남 신부가 남편에게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 사건 후 베트남에서 반한 감정이 확대될 조짐이 보였으나 다행이 곧 진정됐다고 현지 관계자들이 전했다. 베트남 정부가 비자 발급시 체류기간을 제한하는 등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도 도움이 됐다.
현지 교민들은 그러나 한국 기업의 힘이 양국 관계 개선에 가장 큰 버팀목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 기업들은 일본 기업에 앞서 베트남에 진출했고 수적으로도 가장 많다.
현지 활동도 가장 두드러진다. 옛 대우그룹을 필두로 삼성전자, LG전자 두산 포스코 금호 등 대기업, 경남기업 등 대형건설사, 플렉스컴 서원인텍 인탑스 신원에벤에셀 등 중견·중소기업들까지 크고 작은 기업이 대거 진출했다. 주식시장 거래시스템을 수출한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도 현지 증시의 선진화를 지원하고 있다.
베트남 주민들은 지난해 국영조선공사(비나신)의 모라토리엄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거꾸로 부지만 있으면 곧바로 첨단공장을 지어 수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매년 영업이익을 늘리는 한국 기업은 경외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현지에서 만난 한 한국 기업 법인장은 "베트남 공무원이나 기업인들은 한국 기업인을 만날 일이 생기면 동료나 가족을 여럿 배석하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한국인에게 배우려는 인식이 그만큼 강하다"고 전했다.
분단의 역사를 공유한 한국과 베트남은 앞으로 경제분야에서 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견고한 한국 기업의 힘이 협력을 계속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외교력을 좌우하는 경제력, 그뒤 기업의 역할에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