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마트규제, 日·대만 반면교사 삼아야

[기자수첩]마트규제, 日·대만 반면교사 삼아야

반준환 기자
2012.07.26 05:58

올 초 대형마트 영업제한으로 시작된 유통업 규제가 반년을 지났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가세하고, 이에 반발한 대형마트들이 법적대응에 나서는 등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그간 나타난 현상만 놓고 보면 이번 정책은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소비자들의 불편이 컸고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가, 중소 제조업체 등 상품 체인사슬에 속해 있는 이들의 피해도 막대했다.

대형마트에서 줄어든 매출은 재래시장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본래 취지인 골목상권 육성은 고사하고 부작용만 낳은 셈이다.

물론 모든 정책이 성공적일 수는 없다. '영세 자영업자 지원'이라는 취지와 명분에도 이론이 없다. 그러나 정책수립 과정에서 철저한 준비와 검토가 있었는지는 곰씹어볼 대목이다.

사실 유통업 대형화와 골목상권 축소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에서도 문제가 됐던 것들이다. 해외에서도 대형마트 등의 영업시간을 강제로 단축시킨 사례가 있었는데, 이후 발생한 부작용이 적잖았다. 이를 참고했다면 단순한 규제책을 넘어 보다 효과적인 대안을 내놓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가까운 아시아권만 해도 그렇다. 일본은 이미 20~30년 전 한국과 같은 유통업 규제를 도입한 적 있는데, 이번에 우리가 겪은 문제점들이 똑같이 발생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을 규제했는데도 재래시장은 계속 죽어만 갔다.

단순규제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지자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소비자연맹, 자영업자 단체들은 다시 머리를 모았다.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을 외면하는 건 시설이 불편하고 상품이 다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린 이들은 재래시장과 골목가게 등이 한데 모인 중소 상가단지 형태로 구역을 정비했다. 이 결과 대형마트를 규제하지 않고도 상권이 살아나는 효과를 거뒀다.

이웃 대만은 정책실패 사례다. 여론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 억제책을 유지한 결과, 최악의 결말을 맞았다. 자국 유통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로 고사하자 오히려 까르푸, 월마트 등 외국계가 시장을 장악한 것이다.

대만계 하이퍼마켓 '트러스트마트'는 현지 최다점포를 갖고 있었으나 결국 2006년 월마트에 매각되는 결말을 맞았다. 빈대 잡다가 집을 태운 격이다.

이들과 한국이 처한 여건과 처방은 다를 수 있으나, 참고할만한 사례라는 점은 분명하다. 정책을 입안하다 보면 피치 못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건 오류가 발견됐을 때 이를 즉각 바로 잡을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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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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