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현대차 루머 일축 속 순매수..거래소 "조회공시 사항 아니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판매한 13종 차량의 연비 오류로 거액의 보상이 불가피한 가운데 증시에서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애초 현대·기아차의 '해외 리콜 및 연비소송 루머'가 파다하게 퍼진 때 적극 대응했다면 투자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다. 물론 이번 사태 파장이 토요타 리콜사태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는 지적도 있어, 주가가 반등하는 경우 오히려 개인 투자자들이 현명했다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개미' 리콜루머 비웃다 연비 폭탄에 '헉'=지난 1일 증권가에선 현대·기아차가 해외에서 대규모 리콜 및 연비소송에 직면했다는 루머가 퍼졌다. 이와 맞물려 현대차 주가는 장중 5% 넘게 급락했고, 기아차도 낙폭을 키웠다.
현대·기아차는 루머의 진원지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특별히 코멘트할 만한 내용도 없다며 사실상 소문을 일축했다. 다음날(2일) 현대차는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기아차는 반등에 성공했다.
정작 이날 장 마감 후 루머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고, 결국 현대차 주가는 5일 7.21% 급락한 19만9500원으로 마감하며 신저가를 기록했다. 기아차 역시 6.94% 내린 5만63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연중 최저치를 나타냈다.
문제는 현대·기아차의 초기 루머에 개인과 기관의 대응이 달랐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가 시장의 루머를 일축한 지난 1일과 2일 개인은 현대차 52만5000주, 기아차 75만9000주를 각각 순매수했다. 현대·기아차의 입장을 존중했다 폭탄을 맞은 격이다.
반면 기관들은 루머 초기 매도세로 일관했다. 같은 기간 기관은 현대차 주식 135만9000주를, 기아차는 204만9500주를 각각 순매도했다. 더욱이 이 기관 공매도 물량이 급증한 점을 미뤄볼 때 일부에선 현대·기아차의 연비 오류 문제를 사전에 인지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1일과 2일 현대차 공매도 물량은 7만9998주로 전체 거래량의 2.24%였으며, 기아차 역시 4만3244주로 1%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악재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를 순매수한 점도 공매도에 따른 차일실현 물량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외국인은 1일과 2일 현대차를 80만주 이상 순매수했고, 기아차는 126만주가량을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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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지난 금요일 저녁 연비 오기 논란에 따른 구체적인 보상방안을 제시하고 주말 현지에서 광고까지 게재했는데 이 정도 사안이면 현대·기아차는 물론 기관들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거래소, 조회공시 요구 왜 안했나?=시장 감시기관인 거래소도 현대·기아차 관련 루머에 대해 조회공시 등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루머 내용이 조회공시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조회공시는 기업이 수시공시 대상에 허용되는 사항을 공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소가 먼저 이를 인지할 경우 하도록 돼 있다. 수시공시 규정에는 최근 사업 년도 매출액에 100분의 10, 대규모 법인 100분 5의 제품에 대한 수거 파기 등을 결정할 때, 공시를 하도록 돼 있는데 소문 내용에 따르면 피해규모 공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보도를 통해 현대차 주가 하락 원인이 해외 리콜 소문에 따른 것이라는 사안을 인지했다"며 "소문에 의한 리콜 규모가 공시 수준에 미치지 못해 별도의 조회공시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현대·기아차 관련 소문 당시 리콜 뿐 만 아니라 연비 소송도 함께 거론됐던 만큼 거래소가 해당기업에 어느 정도 사실 여부를 확인해 봤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리콜이나 소송은 금액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소문의 진위 여부를 확실히 가릴 필요가 있다"며 "거래소가 규정에 의해 사안을 처리했다고는 하지만 시장 감시기관으로서 적극적인 진상 확인이 필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