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속도 조절 필요한 환율 하락

[기고] 속도 조절 필요한 환율 하락

김승현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
2013.01.24 06:14

원/달러 환율이 한때 1050원대에 진입하면서 환율과 관련한 정부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원/달러 환율 하락은 거칠 것이 없었다. 내외 금리차에 따라 반영되는 원화절상 속도에 큰 오차 없이 평균적으로 원화는 강세를 이어왔다. 기술적인 저항선으로 제시됐던 환율대(1100원, 혹은 1070원 등)에서도 이렇다할 저항 없이 하락했다.

한국은행의 1월 금통위에서 환율과 관련된 우려의 시각을 읽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금통위 결정은 매우 싱거웠다. 환율과 관련된 것들은 좀 더 지켜볼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재정정책과 같이 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언급했으나 새 정부와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식으로 들릴 수 있었다.

이 금통위가 열린 11일 원/달러 환율은 5.7원 떨어지면서 1060원선이 깨졌다. 미온적인 한국은행과 달리 일본은 10조엔의 추경을 통과시키며 엔화 가치 낮추기에 주력했다. 그 결과 100엔당 원화 환율은 1200원을 하회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환율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제3, 제4의 양적완화정책을 내놓아 매월 850억달러의 채권을 사들이기로 했다. 일본도 10월 이후에만 양적완화 한도를 2차례에 걸쳐 20조엔 늘렸고, 이제는 무제한으로 자산매입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계획을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이 서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제 환율을 보려면 외국의 통화정책을 봐야 하는 상황이다.

환율과 관련해 우리가 갖고 있는 정책수단은 거시건전성 규제 3종세트로 불리는 정책과 외환시장 개입, 그리고 한은 정책금리 3가지다. 속칭 3종세트는 외국인 채권매수에 과세하는 것과 은행들의 선물환포지션을 규제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미 시행된 이 정책은 긴 관점에서 원화 강세 속도를 완화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속도 조절에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수차례 G20회담을 통해 결의한 바처럼 자제하자는 분위기다.

물론 선진국들의 무한 통화발행도 광의의 개입이라 본다면 맞대응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싸울 의지가 굳세지 않기 때문에 강한 정책이 되기는 어렵다. 결국 맞설 수 있는 내용은 정책금리 조절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금리인하는 외국과의 금리차를 좁혀 국내에 대한 투자매력을 낮춤으로써 원화 강세를 완화시키거나, 그 인하 폭이 커지면 자본 유출을 만들어 원화를 약세로 전환시킬 수 있다.

현재 선물환율과 시장환율의 관계를 고려하면 2차례(50bp) 금리인하는 원/달러 환율이 1050원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방어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속도로 보면 기준금리 인하가 없다면 연말쯤 원/달러 환율은 1000원을 소폭 하회하는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

지난해를 보면 상반기까지 원/달러 환율은 소폭 상승했다.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 때문에 원화할인 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반기부터 환율이 하락했다. 이런 전환과 원화 강세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다. 주식시장 관점에서 본다면 기업 실적 추정에 원화 강세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4분기 실적이 윤곽을 드러낼 때 환율변동에 따른 기업의 수익성 영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환율효과로 인해 기업들이 예상한 실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기업 실적 추정 때는 넉넉한 원화절상을 가정할 것이다. 곧 이미 산정해놓은 실적보다 좀더 낮춰서 잡기 시작할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진다면 그리고 원/엔 환율 하락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면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커진 것이다.

환율은 어느 선이 적정하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 변하는 속도는 문제가 된다. 모두 빠른 환율 변화는 경제주체(특히 가계, 기업)간 부를 이전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키기도 하고, 대응을 못해 경쟁력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대외부문에서의 충격에 따라서 환율 변동이 심해지고 있는 만큼, 그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이미 변한 속도를 보면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대응하기 시작한다면 어쩌면 늦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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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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