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탭 빼고 개발자에게만 스톡옵션 부여한 이 회사

스탭 빼고 개발자에게만 스톡옵션 부여한 이 회사

대담=신혜선 정보미디어부부장, 정리=배소진 기자
2013.02.04 05:00

[머투초대석]이홍구 한글과컴퓨터대표 "좋은 개발자 없이 SW회사 성장 불가능"

↑ 이홍구 한글과컴퓨터 대표
↑ 이홍구 한글과컴퓨터 대표

한글과컴퓨터(한컴)가 변했다. 매출이 400억원에서 2년새 65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노트북PC 등 '박스 유통'을 없앤 순수 SW 판매만의 '진성매출'이다. 37%의 영업이익은 더욱 놀라운 수치다. 하지만 이 조차 외형이다. TV에 개발자 구인광고를 내도 지원하지 않던 회사. 경영권 분쟁을 거치며 조직에 몸담고 있는 게 부끄러워 하나 둘 떠난 기업. 한컴에선 미래를 찾을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상황은 역전됐다. 이제는 우수한 개발자들이 한컴을 찾는다. 10대 1 미만이던 채용 경쟁률은 55대 1이 됐다. 개발자만 30대 1 수준이다. 한컴 개발자들은 작년에 연차, 직급에 관계없이 스톡옵션을 받았다. 한컴에선 개발자가 '왕'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엔 이홍구 대표가 있다. 시쳇말로 '다국적IT기업에서 박스 장사가 몸에 밴'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SW 기업 CEO가 됐을 때, 주변의 시선이 반신반의였던 게 사실이다. 다국적 IT기업 국내 지사에서도 놀라울만한 실적을 보이며 승승장구했던 그였지만 과연 국산SW 업체에서도 통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2년만에 한컴을 온전한 국산SW 대표 기업으로 재탄생시켰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였다. 조직은 긍정적 경쟁으로 생산성이 높은 기업으로 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주가는 그 결과물일 뿐이다.

"국민들이 많이 도와줬으니 부책의식을 느낀다고 말하지만 그 생각에 기업의 미래를 맡기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 기업은 스스로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들이 국산SW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은 기업들로서 더 나은 환경이지 그게 없으면 실패한다고 말하는 건 협박논리일 뿐이다."

이 대표의 '돌직구'다. 척박한 SW환경을 만든 구조적, 관행적 문제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각 기업도 이런 객관적 조건만 탓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 "SW를 정당하게 구입하는 문화를 만들지 못한 게 전체 사회구성원의 책임이라면, 기업도 사회구성원의 일부다. 이런 상황의 책임을 남에게만 전가하기만 해서는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을 것 아닌가."

이 대표는 "엄격한 규정과 과정을 지키겠다"고 말한다. 단기간 매출 실적 향상 유혹에 빠지면 당장은 좋을 수 있지만, 나중에 유통재고 문제든, 재무문제든, 품질문제든 분명히 돌아온다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유혹에 매력을 느끼되 오늘의 사소한 유혹에 흔들리지 말아야한다"는 게 이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 근 30년간 다국적 기업에 몸담았다. 한컴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있었나.

▶ 컴팩, HP에 있으면서 2000~2005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국내 PC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내가 한국기업에서 역량을 펼칠 기회가 있었다는 좋겠다는 생각은 항상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던 차에 김상철 소프트포럼 회장이 한컴을 인수한 뒤 신문에서 '한컴은 전문경영인을 외부에서 투명하게 공모하겠다'고 인터뷰한 것을 봤다. 내 이력서를 출력해서 우편으로 소프트포럼으로 무작정 보냈다. 따로 제의를 받지 않은 상황이었다.

- 대표로 취임한 지 25개월가량 지났다. 첫 해 적응기간을 감안하면 지난해 실적이 첫 '성적'인 셈인데.

▶ 2011년은 경영상 불필요한 조직이나 투자를 정비하고 경비 구조를 개선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미래를 위한 조직 틀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직원은 분기를 걱정하고, 임원은 한 해를 걱정하고, CEO는 3년을 걱정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역할분담을 해야한다.

하지만 취임하고부터는 매 분기 직원들과 함께 걱정하는 한 해 한 해를 보냈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면서도 현재의 재무제표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차차 회사 구조가 효율화되고, 하반기부터 해외계약이 늘어나는 등 2011년 성적이 좋았고, 지난해에는 그런 사업들이 본격적으로 가속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 올해는 결과를 회수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는 보다 중장기적인 관심을 많이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그 과정에서 한컴의 실적도 많이 좋아졌는데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 SW 회사가 회사구조를 미래지향적으로 바꾸려면 좋은 개발자를 많이 뽑아야 한다. 일반 제조업체가 공장을 짓지 않고 회사 매출을 올릴 수 없는 것처럼, SW기업은 개발자를 뽑지 않고 매출을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선 인건비, 직원 사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멋 내기 위한 부분의 경비는 과감히 줄였다. 2010년 200명 후반이던 직원 수가 현재 378명이다. 직원이 30% 늘었는데 80~90%가 개발자다. 나머지 마케팅, 영업 직군이고, 경영지원은 한 명도 늘리지 않았다. 거듭 말하지만 SW기업은 개발자의 역량이 우선 좋아야 한다. 그 다음에 해결해야 하는 것이 개발한 제품을 고객들에게 온전히 전달해줄 마케팅, 영업직군이고, 마지막이 전체 조직을 관리할 인프라 조직이다.

- 숙련된 개발자를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 어느 정도 연차가 되면 관리자로 보직을 옮기거나 내보내야 하는 문화가 SW업계의 고질적 문제 아닌가.

▶ 2010년 회사가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너무나 많은 직원들이 나갔다. 내가 취임하고 나서 회사에서 받은 첫 요청이 '개발자가 더 필요하다'는 거였다. 당연히 '얼른 충원하라'고 했는데, 사람이 와야 뽑을 것 아니냐. 공고를 내고, TV광고를 내고, 대학에 포스터를 붙이고 헤드헌터를 통하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좋은 개발자들이 올 생각을 안 하는 거다. 약이 올라서 '지금 오는 개발자들은 정말 보란 듯이 잘해주겠다'고 생각했다.

개발자들에게 개발자로서 성공하는 모델을 보여주지 않으면 어렵다. 특정 분야의 전문역량이 있으면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개발자들의 기술적 역량이 쌓인다. 일례로 우리 회사 양왕성 CTO(전무)는 한컴 창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오피스 개발 멤버로, 21년째 한 자리에 있다. 나는 이런 분이 많아야 한다고 본다.

- 한컴은 정부, 국민이 도와줘서 살아남은 회사라는 인식이 강하다.

▶ 사실이다. 20년간 그랬었고, 덕분에 지금까지 온 것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버리면 끝까지 정서적인 부채로 남는다. 정부와 국민이 도와준 것으로 그냥 서 있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 진짜 부채를 갚는 길은 한컴이 진짜 멋진 글로벌 SW업체로 성장하는 것을 보여주고, 입증해 나가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정부가 '도와준 보람이 있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거다.

- 글로벌SW업체로 성장하겠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아직 '아래아 한글'을 수출한다고 생각한다.

▶ 그건 불가능하다. 한컴오피스로 국한 되서는 절대 사업적인 성과를 낼 수 없고 세계진출도 할 수 없다. 미래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핵심역량과 전혀 관계없는 분야에 진출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니다.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시간과 투자비도 과도하게 들어간다.

한컴은 오피스에 특화된 수많은 연구자들의 경험과 기술이 축적돼 있으니 이것을 최근 전 세계 IT트렌드인 △모빌리티 △클라우드 △소셜네트워크에 결합해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 국산SW라고 주목하지만, 20년이 지나도 산업의 규모는 매출액 1000억원을 넘기 어려운 현실이다.

▶ 국산 SW업체 입장에서는 서운한 부분도 있다. 수요처나 고객들이 외산 SW를 맹목적으로 맹신한다. 그렇다고 국산이니 조금 모자라도 사 달라 떼써서는 안된다. 우리 제품을 정당하게 평가해서 값을 치르고 구매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게 문화로 정착하면 우리나라 SW업체들도 제품군을 계속 확대해나갈 동력이 생긴다. 물론 각자 맡은 분야에서 더 죽어라 노력해서 훨씬 기술적으로 외산 제품을 압도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한컴은 이제 만 20년이 넘었기 때문에 유아기 치기어린 행동을 할 때가 아니다.

- 지난해 한컴의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37%로 훌륭하다.

▶ 지난해 매출은 659억원으로 2011년보다 15%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234억원으로 국내 SW업체 중에 게임분야를 제외하고는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우리 직원들이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점은 이번의 659억원이 '진짜 매출'이라는 거다. 많은 기업들이 매출실적에 부담을 갖고 외형에 힘쓴다. 유혹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컴의 핵심역량이 부가가치로 나타나지 않는 사업은 아예 못하게 했다. 심지어 2009~2010년에 이미 하고 있던 노트북 영업을 중단해 30억원의 매출을 버렸다.

-지난 10년간 한컴은 왜 그런 선택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가.

▶ 못한 게 아니라 당시 CEO들이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흔히 글로벌한 외국계 기업과 비교해서 '선진경영기법'을 얘기한다. 하지만 그렇게 선진화됐다고 칭송받는 IBM, HP 등에 있어본 나는 그 말에 항상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기업이 IBM처럼 100년 전에 설립 되서 지금까지 왔으면 더 잘했을 수도 있다. 미국에 있는 기업, 한국에 있는 기업 서로 다를 뿐이지 그들이 옳고 우리는 낙후돼 있는 것 아니라고 생각한다.

10년 전 한컴 경영진들이 잘못했다고 얘기하지 않겠다. 경영하는 방법이 나와 달랐고, 그들이 그 당시 상황에서 최선이라고 믿었던 선택이 결과적으로 안 좋았을 뿐이라고 본다. 나도 내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 회사의 핵심역량에 근거해 예측 가능한 경영을 하고, IT트렌드에 접목하고, 그것을 끌어갈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서 성공의 확률을 50%에서 51%로, 60%, 70%, 80%로 점점 높여나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 올해는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가. 본격적으로 차세대 제품에 대한 로드맵이 그려질 때 인 것 같다.

▶ 이제 나의 고민은 이번 분기, 올해가 아니다. 2015년, 2020년을 내다보고 있다. SW기업은 움직이지 않고 서 있으면 자전거 페달을 밟지 않는 것과 똑같다. 작년 8월, 어도비의 '포토샵'에 대응하기 위해 '이지포토'를 인수해 사업부로 흡수했다. 앞으로도 이런 기술구매는 지속적으로 할 생각이다. 한컴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내부적으로 로드맵이 만들어져 있는데, 여기에 중간 중간 빈 부분이 있다. 그것을 채우기 위해 사람을 고용해 기술을 개발하고, 라이선스를 지불하거나 기술력이 있는 회사를 인수하기도 할 생각이다.

앞으로 추구해야 하는 조직, 제품 그리고 현재의 차이를 메워나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자를 계속 뽑아 핵심역량을 키우는 것이지만 시간적인 한계가 있다고 하면 외부기술을 사서라도 채우는 행보를 올해부터 본격화 할 것이다.

◇ 이홍구 대표는?

이홍구 대표는 2011년 한글과컴퓨터 신임 대표 취임 후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본업으로 승부하겠다"며 비전을 발표한 뒤 바로 다음날부터 며칠에 걸쳐 한글과 컴퓨터 주식 11만5000여주를 매입했다. 전문경영인으로서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는 방식이었다. 이 대표는 이를 "내 자신을 담보로 내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적중했다. 당시 4700원이던 주가는 최근 1만8600원으로 4배 가까이 뛰었다.

이 대표가 그렇게 자신하는 이유는 그동안 쌓인 경험칙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복고,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이 대표는 한국IBM, 컴팩코리아, 한국HP 부사장(PC부문 총괄)을 거쳐 델코리아 지사장을 역임한 뒤 지난 2010년 12월 한컴 대표로 선임됐다.

이 대표가 컴팩코리아와 한국HP를 맡은 8년 동안 국내 사업부는 적자가 흑자로 전환되고 매출이 50배가 늘었다. 미국 본사의 매출이 고꾸라질 때도 승승장구했다.

"단 한 번도 실패이력이 없어요. 남들이 안된다고 말리는 것만 도전했고 성공했습니다"

이 대표가 한컴 CEO가 된 데는 한컴측의 제안도 헤드헌터의 개입도 없었다. 스스로 한컴 CEO를 해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을 뿐. 2주가 넘어 온 연락은 공식 면접 일정도 아니었다. 한컴 대주주를 한번 만난 후 여러 공개, 비공개, 개별, 집단 모임에서 계속 만나면서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석달 걸렸다.

이 대표는 한컴 CEO에 스스로를 추천한데 대해 "다국적 기업에 오래 몸담고 있으면서 2000년 초반을 지나며 국내 IT업체들의 어려움을 지켜만 봐야했던 안타까움을 만회할 기회라 생각한 부분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단기 실적에 대한 유혹이 아닌, '국민 SW기업 한컴의 미래성장'에 대한 유혹에 이 대표는 즐겁게 흔들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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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진 기자

안녕하세요. 티타임즈 배소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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