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부품업체를 자회사로 둔 A사 임원에게 올해 예상실적을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원청업체 눈치를 보며 실적 공개를 주저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유독 부담이 크다고 했다.
예년 같으면 이맘때쯤 올해 투자계획과 예상실적을 제시해야 하는데 부품업체들끼리 눈치만 보는 실정이라고 그는 전했다. 애널리스트들의 잇단 요청에 실적을 밝히자니 원청업체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입을 닫으려니 기관투자가들이 압박을 한다는 것이다.
부품업체들의 고충이 커진 것은 스마트폰의 성장잠재력이 높이 평가된 데서 출발한다. 사실 지난 1년 국내 스마트폰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부품업체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유망 업종으로 분류된 IT에서도 '꽃'으로 불릴 정도로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다.
문제는 애플의 혁신이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과 함께 스마트폰사업 전반에 대해 보수적 의견이 나오면서 불거졌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의 기술적인 진보가 성숙 단계에 들어서 이전 성장세를 보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아직은 일부 의견이지만 기관투자가나 증권사들은 부품업체들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성장성에 이상징후가 포착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려 든다.
애널리스트들은 부품사들에 대해 구체적인 실적지표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한편 이게 어렵다면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라도 제시하라고 독촉하고 있다. 일부 기관은 보유한 주식을 전량 매각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고 했다. 해당 부품사들은 시한까지 실적을 공시하면 되지만 자칫 주가에 타격을 받지 않을까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도 걱정이 없는 게 아니다. 또다른 회사 관계자는 "이익률이 좋으면 곧바로 단가 인하 압력이 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요즘 납품 단가는 분기별로 조정을 하는데 단가가 내려가기는 쉬어도 올리기는 어렵다는 점도 부품사들의 입지를 줄인다.
A사의 경우 고심 끝에 자회사의 실적을 별도로 알리는 대신 연결 재무제표를 공시하는 선에서 끝내기로 했다. 스마트폰 부품사의 실적을 추론할 정도의 가이던스를 제시하는 식이다. B사는 재촉하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를 지켜봐달라고 말을 돌렸다. 주총에서 물어봐달라는 취지다. 이런 풍경이 스마트폰의 업황변화를 예고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