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투자 생태계도 위험하다

[광화문] 투자 생태계도 위험하다

정희경 증권부장(부국장)
2013.02.13 06:30

"추천할 만한 기업이 별로 없네요." 수익률 부진으로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는 PB(프라이빗뱅커)나 기관의 압박에 시달리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얘기가 아니다. 아시아 유망 기업들의 미국자본 유치를 돕는 한 인사의 말이다. 'IT 강국'으로 통하는 한국에서 투자할 만한 곳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하니 그 이유를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애플리케이션처럼 최근 '뜨고 있는' 서비스를 발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기업들은 제법 있지만 중장기 수익을 안겨다줄,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확보한 곳이 드물다고 했다. 자체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기업들이나 이들과의 거래 여부에 따라 수익 부침이 심한 중소기업들을 제외하면 외부자본을 유치해 키워볼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이 인사의 하소연은 다루기 쉬운, '아담한' 사이즈의 기업이 없다는 쪽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겠다. 하지만 기업 양극화 해소가 새 정부의 화두가 되는 터라 흘려듣기도 어려웠다.

유망한 중소·중견기업의 부재는 자본시장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심심찮게 "살 만한 종목이 없다"고 답답해하는 게 방증이다. 이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러브콜'을 받는 삼성전자는 사고 싶어도 주가가 너무 부담스럽고, 저가의 주식을 담자니 해당 기업 내용을 잘 알지 못해 위험스럽다고 한다. 삼성전자 주도로 코스피 지수가 올라도 이 종목을 담지 못하는 개인의 포트폴리오에는 온기가 전해지지 않는다.

부동산 침체와 저금리 기조로 주식시장으로 옮겨올 수 있는 대기자금이 넉넉한 편인데도 증시 전반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것도 우량기업 부재와 무관치 않다. 이 문제는 지난해 실체 없는 정치테마주에만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광풍이 몰아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투자생태계도 그만큼 양극화가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기업생태계와 투자생태계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갓 창업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에서, 나아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은행의 대출이나 주식시장의 자금이 자연스레 중소·중견기업으로 흘러가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미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에 회사채 발행이나 상장의 벽은 더 높은 실정이다. 경기둔화가 오래 지속되면서 은행의 대출형태는 보수화돼 자금조달 측면에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데도 기업의 생태계가 건강해질 때가 기다리며 자본시장을 지금 이대로 놔두는 것도 적절치 않다.

오히려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을 확대하는 한편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자본시장의 기여도를 높이는 정책이 시급해 보인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도입하기로 한, 초기기업 전용시장 '코넥스'의 조기 개장도 이중 한 과제가 될 것 같다. 코넥스는 지난해 말 개설 예정이었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아직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 흐름이 지지부진해 코넥스라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란은 남아 있다. 코넥스는 비상장 중소 벤처기업을 위한 시장생태계에 공백이 있다는 이유에서 나왔다. 중소벤처가 창업 후 코스닥 상장까지는 평균 12년 넘게 걸린다고 한다. 그 사이 창업자금은 고갈되기 십상이고,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후행투자를 받기란 간단치 않다.

이를 감안해 코스닥은 기술주도형 중소기업 위주로 육성, '코넥스→코스닥→코스피'로 자본이 선순환되도록 한다는 게 당국의 구상이다. 코넥스와 마찬가지로 자본시장의 생태계를 튼실하게 만드는 것은 기업생태계 복원도 앞당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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