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유학기제, 확실하게 점진적으로

[기고]자유학기제, 확실하게 점진적으로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2013.03.07 06:12

 박근혜 정부는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을 내세우며 그 핵심 공약으로 자유학기제를 제시했다. 그런데 자유학기제를 제대로 시행도 해보기 전에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에 부딪쳐 그 시행이 불투명하다.

 물론 우려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시험을 보지 않음으로 인해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될 것이라든지, 그 틈을 타서 사교육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고 학생들의 진로체험 활동을 수용할 사회적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형식적으로 또 하나의 잡무만 양산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우려는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하지만 그 때문에 자유학기제의 본래 취지가 퇴색돼선 안될 것이다.

 자유학기제 모델은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와 덴마크의 애프터스쿨을 들 수 있다. 아일랜드는 1974년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사이에 전환학년제를 도입해 그 시기에 다양한 배움과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에는 일부 학교만 실시했으나 10년차에는 20개 학교로 확대됐고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전국 75%의 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덴마크의 애프터스쿨 또한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 사이에 기숙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는 과정으로 운영된다. 여기에 참여하는 학생은 전체 학생의 25~30% 수준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희망자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확대돼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전환학년제든 애프터스쿨이든 본래 취지를 살리면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을 무시하고 전면적으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려고 할 경우 당연히 많은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이렇게 접근하면 결국 본래 취지가 상당부분 희석되면서 얕은 수준으로 형식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문용린 교육감의 경우 자유학기제 시행을 위해 중학교 1학년 시험 폐지 공약을 내세웠다가 여러 반대에 부딪치면서 기말고사는 실시하는 것으로 하고 기존 교육과정도 그대로 운영하면서 진로교육만 조금 늘리는 식으로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를 시범실시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게다가 인수위원회에서는 2015년에 실시하는 것으로 시기도 연기함으로써 그 실현 의지가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현실의 한가운데서 방향을 잃고 있을 때 우리는 어떤 제도가 나온 근본적 문제의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 학교에는 치열한 입시경쟁의 레이스를 달리는 학생들이 자아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자신의 소명과 진로를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달려가는 한편, 이에서 낙오되고 방황하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다. 이 아이들에게는 현재의 교육과정은 별 의미를 갖지 못할 수 있다.

 이같은 학생들에게는 그 틈을 열어주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 심리적으로 억눌린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학교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적극적으로 학교를 벗어난 학생들이 전국적으로 7만명이나 된다.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벗어나면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우리가 제안하는 것은 크게 3가지 모델이다.

 첫째,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전환학년제처럼 운영하는 모델이다. 이 경우 고등학교를 4년 다니는 셈이다. 둘째, 기존 학교가 아닌 대안학교형 모델이 있을 수 있다. 공립형 대안학교를 좀 더 확대 운영하는 방법이다. 셋째, 개인의 휴학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위한 관리체계를 운영하는 방식이 있다. 여행을 떠나거나 개인프로젝트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교사가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이다.

 어느 방식이든 희망자를 대상으로 시행을 해보면서 조금씩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할 때 본질이 희석되지 않고 자유학기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방향으로 제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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