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월동주(吳越同舟) 우리·하나

[기자수첩] 오월동주(吳越同舟) 우리·하나

박준식 기자
2013.03.15 06:50

코스닥 상장사에스에이엠티(7,140원 ▼90 -1.24%)(SAMT) 매각을 지켜보니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라이벌 의식이 강한 우리투자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이 공동으로 매각을 자문하는 것이다.

두 회사가 한데 뭉친 데는 사연이 있다. 거래는 지난해 11월 이 회사가 채권단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를 2년 4개월 만에 조기종결하면서 시작됐다. 2010년 환율급등으로 통화옵션(KIKO) 결제금액을 감당치 못한 회사는 채권단이 공동으로 출자전환해 살려냈고, 3년도 지나지 않아 체력을 회복하고 새 주인을 찾게 됐다.

초기에 큰 주목을 끌지 못한 이 딜은 거래규모가 채무를 더해 3000억~4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자 뒤늦게 유명세를 탔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말 매각자문사 선정이 시작되자 IB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거래는 9개 금융사가 87.5%의 지분을 공동으로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관련 계열 IB들의 경쟁이 뜨거웠다. 초기엔 외국계로 M&A 자문실적이 뛰어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유력했다. 채권단 주관사로 한국씨티은행이 18.2% 지분을 보유해 1대주주라는 사실이 관측의 설득력을 더했다.

하지만 이 예상은 뒤집혔다. 우리·하나가 선정전 막판에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씨티를 떨어뜨린 것이다. 주채권은행은 씨티였지만 자문사 선정전은 지분비율에 관계없이 9개 채권금융사가 1표씩 투표한 결과로 이뤄진다는 걸 간파한 이들의 '묘수'였다. 지난해 M&A시장 최대 거래인하이마트(8,100원 ▼10 -0.12%)매각을 성공시킨 씨티는 실적이나 거래상황적인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 수임을 확신했지만 마지막에 고배를 마셨다.

우리·하나는 지난해웅진홀딩스(2,810원 0%)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상당한 내홍을 겪었다. 관련된 익스포저가 부실화하면서 적잖은 피해를 본 것이다. 때문인지 한 개 딜이라도 더 확보해 실적을 만회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가릴 필요가 없었다. 실리 앞에서는 아군과 적군을 나누는 게 불필요했던 셈이다. 수 년 전까지 외국계에 빅딜을 뺏기고 뒷말만 곱씹던 국내 IB가 어느새 상당히 유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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