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편안 협상을 타결지으면서 새 정부가 국정과제 추진에 속도를 내게 됐다. 박근혜 정부의 야심작인 미래창조과학부 탄생을 포함해 중소기업청장에게 공정위 고발요청권 부여 등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육성 방안에 대한 관련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의 합의문에는 문제의 개편안이 제출되고 47일, 새 정부 출범일로부터 21일을 끌어야 할 정도로 대단한 내용이 추가되지는 않았다. 정부가 시간이 흐를수록 정치권의 이해를 구하는데 적잖은 품을 들여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대개 정부 출범 초기에 형성되는 우호적인 분위기, 허니문도 사실상 깨진 상태다.
박근혜 정부가 이제부터 맞닥뜨릴, 보다 버거운 상대는 민간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명분만 챙겨주면 주고받기식 협상이 손쉬운 정치권과 달리 민간의 이해는 제각각 실리로 얽혀 있어 정책방향대로 푸는데 상당한 진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정책이나 규제만 놓고 보더라도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갈등은 물론 같은 중소·중견기업간 다툼이 나타날 소지가 크다.
새 정부가 역점을 두는 과제를 최대한 달성하는 방법 중 하나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과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는 업무를 구분하는 노력이라고 본다. 대외여건이 악화된데다 경기회복이 더뎌 정부의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정책을 펴려면 돈(재정)이 필요한데 그 사정이 녹록하지 않다.
경제위기 때마다 강조되는 정부역할론에 대해서도 반론이 만만치 않게 나오는 실정이다. "피라미드 건설, 지진, 심지어 전쟁까지도 부를 확대하는데 공헌했다." 전쟁의 경제적 효과까지 언급한 것은 다름아니라 존 케인스다.
문제의 언급은 그가 1936년 출간한 '일반이론'에 들어가 있다. '자유지상주의자'이자 '회의주의자'라고 자칭하는 존 스토셀은 얼마 전 저서 '왜 정부는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가'에서 이 발언을 예시하면서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피라미드 건설이 고대 이집트에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주었겠지만 당시 공사에 참여한 노예들이 다른 일에 투입됐다면 경제가 더 풍성해졌을 것이란 추정도 있다고 스토셀은 지적했다.
정부가 적자재정을 통해 공공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복지정책을 확대해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케인스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어온 게 사실이다. 대공황 시절 미국 뉴딜정책의 이론적 근거가 된 후 경제위기 대응책이 마련될 때면 '비책'으로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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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기가 회복된 후 정부가 수요창출에 들인 빚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시장주의자들의 경계론을 키워왔다. 일반 가정에서도 한 번 늘어난 살림을 줄이긴 쉽지 않다. 더구나 정부 지출이 늘면 늘수록 규제와 간섭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민간이 강점을 지닌 분야는 가급적 손을 대지 않는 게 새 정부의 '손톱 밑 가시 뽑기'와도 맞닿아 있다. 중소기업들이 근래 불합리하다며 제거를 요청하는 법과 제도, 관행도 따지고 보면 과거 정부 개입의 산물이다. 애초 중소기업을 보호하거나 다른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도입됐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가시'로 전락한 게 대부분일 것이다. 정부 개입 자제는 재정건전화에도 기여한다. 정부의 비효율적인 조직부터 줄이면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가 한결 용이해진다.
새 정부가 "노!"(No!)를 많이 외칠수록 핵심 과제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고 본다. 갓 시동이 걸린 터라 "노!"라고 하긴 어렵겠지만 최소한 개입의 경제적 비용만이라도 따져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