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연금, '빙하기 공룡' 안되려면

[기자수첩]국민연금, '빙하기 공룡' 안되려면

최경민 기자
2013.05.14 06:31

"국민연금이 '팔자'에 나서면 해당 종목은 급락세를 피하기 힘듭니다. 운용수익률을 고려하면 매도 자체가 어렵죠."

최근 주주가치를 떨어뜨린 기업 주식을 팔지, 말지 국민연금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국민연금의 시장영향력이 커진 게 오히려 기금운용의 유연성을 막는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연금은 올 들어 기금운용 규모가 400조원을 돌파하며 말 그대로 '공룡'급으로 성장했다. 기금규모만 따지면 일본 공적연금(GPIF·1500조원)과 노르웨이 글로벌펀드연금(GPFG·700조원)에 이은 세계 3위 연기금이다.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위상은 더욱 높아진다. 2010년 기준 GDP 대비 국민연금 기금 비중은 2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그 뒤를 스웨덴(27.2%) 일본(25.9%) 미국(17.9%) 캐나다(8.6%) 등 선진국 연기금이 잇는다.

국민연금은 국내 자본시장을 주 무대로 삼으면서 운신의 폭이 더욱 제한되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은 16.3%에 그쳤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공근로자연금(캘퍼스)과 캐나다연금(CPPIB)이 해외주식에만 기금의 25%, 42%를 투자하는 것과 비교된다.

물론 국내 증시에서 연기금의 높은 위상은 일부 외국인투자자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기금은 2060년 무렵 고갈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앞서 2050년부터 보유자산을 정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자본시장의 혼란은 물론 자칫 투기세력의 공격에 따른 국부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빙하기를 앞둔 공룡'이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를 피하려면 해외투자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은 2009년(10%)에 비해 높아졌으나 유사시 '안전핀'을 확보하는 데는 아직 미흡하다는 분석이 적잖다.

오는 2043년이면 GDP 대비 비중이 44.2%까지 확대될 것이란 추산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이 해외투자전략을 보다 적극적으로 강구할 시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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