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초석다지는 초대 처장의 '양식장어論'

식약처 초석다지는 초대 처장의 '양식장어論'

대담=강호병 산업2부장, 정리=김명룡 기자, 사진=임성균 기자
2013.06.12 05:50

[머투초대석]정승 초대 식약처장 "선제적 역할하는 식약처 만들 것"

정승 초대 식약처정/사진=임성균
정승 초대 식약처정/사진=임성균

"민물장어는 비늘이 없어요. 그래서 한곳에 모아놓고 양식을 하면 뒤엉켜서 상처가 나고 질병이 생깁니다. 이것을 막으려면 항생제를 쓸 수밖에 없죠. 결국 양식장어 몸속에 남은 항생제는 국민들이 먹게 되고요. 그렇다면 항생제 걱정 없이 국민들이 양식된 민물장어를 먹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청에서 처로 승격된 식약처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이냐"는 물음에 정승(55·사진)초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양식어장 얘기로 답을 풀어갔다.

"제일 쉬운 방법은 장어에 항생물질이 남아있는지 검사하면 됩니다. 기준치 이하면 유통시키고, 기준치 이상이면 시장에서 격리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기본적인 안전대책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아닙니다."

이어 그가 말한 근본적인 대책은 이랬다. "양식을 할 때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되게 해주면 됩니다. 농림부에 근무할 때인데 한 연구자가 황토를 고열로 찐 다음 미세한 나노입자크기로 갈아서 양식장에 넣어 항생제 없이도 양식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정부에서 이 연구를 지원해서 상용화하고 양식업자들에게 보급하면 근본적으로 항생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습니다. 이처럼 해결책을 선제적으로 내 놓는 것이 앞으로 식약처가 할 일이라고 봅니다"

새로운 양식법을 민물장어에 적용하는 것은 정 처장이 농림부 시절 실제 실행했던 정책이다. 초대 식약처장으로서 정 처장이 구상하는 식약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승격시켰다. 식품안전에 관심을 보였던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단어로는 청에서 처로 'ㅇ' 받침 하나 빠진 것이지만 바뀐 것이 많았다. 식약처는 입법권한을 가지게 되면서 기존 정책집행 기능 뿐 아니라 정책수립기능을 할 수 있게 됐다. 식약처는 식품안전기본법, 식품위생법, 약사법(일부) 등 12개 법안을 개정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법률도 만들 수 있다.

집행부서에서 정책기능을 겸한 부서로 변신한 식약처가 어떤 정책을 세우고 입법활동에 나서느냐에 따라 국민의 먹거리 안전은 물론 식품·제약·바이오산업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승격된 식약처의 앞으로의 위상과 역할을 초대 수장인 정 처장이 어떻게 초석을 다지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정 처장의 책임이 무겁고 고민도 많을 수밖에 없다.

- 초대 처장으로서 책임감이 무거우실 텐데 식약처의 역할을 어떤 방향으로 정립해 나갈 계획입니까.

▶ 인터뷰 전까지 빙초산이 가정용으로 팔리는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빙초산은 순도 99% 초산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이를 한스푼만 먹어도 식도가 상해요. 그런데도 빙초산이 가정용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은 물에 녹여서 사용하면 식품첨가물로 인정돼서 그렇습니다. 큰 사고가 나기 전에 바로 잡아야할 문제입니다. 가정용으로 팔지 못하게 하던지, 아니면 빙초산 병에 경고문을 크게 붙이게 하던지, 제대로 희석할 수 있게 계량기컵을 달아준다던지… 미리 선제적으로 정책을 만들거나 제도를 바꿔서 문제발생을 최소화해야한다는 것이 식약처가 할일이라고 봅니다. 해외사례도 검토하고 전문가의견도 들어서 빙초산 유통제도를 바꿀 생각입니다.

- '선제적' 역할을 하려면 식약처 체질도 바뀌어야할 텐데요. 직원들을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할 복안이 있습니까.

▶ 기본적으로 공무원이 해야 할 역할이니까 잘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 잘하는 직원들에게는 승진의 기회를 많이 줄 생각이고 해외에서 공부하는 기회를 주는 인센티브도 도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내가 만든 제도가 국민에게 이렇게 이롭게 했구나'라는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것이겠지요. 공직에 있는 사람이 그것 이상 큰 명예가 어딨습니까.

- 업무 프로세스도 많이 달라져야할 텐데요.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 '청'시절에는 정해진 규정에 맞게 집행만 하면 됐어요. 규정에 맞느냐 아니냐는 판단이 우선이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규정 자체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정책고민이 중요한 일이 됐습니다. 우선 식약처 내부에서 먼저 지금보다 더 나은 제도나 절차가 있을 수 있다는데 대한 문제인식이 앞서야합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해외 사례도 폭넓게 검토하고 전문가 등 외부의 자문도 심도있게 들어봐야 합니다. 이는 식약처 직원들은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제도변경을 위한 보고서 하나 쓰는 것도 어색해하고 불편해하더군요. 일일이 챙겨서 코치를 해줬습니다. 하나 둘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게 될 겁니다.

정승 처장은 식약처가 기존 단속업무에서 나아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사진= 임성균
정승 처장은 식약처가 기존 단속업무에서 나아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사진= 임성균

- 식약처가 식약품 허가와 단속권을 가지고 있다보니 '수퍼갑'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이것도 변화해야할 부분입니다. 직원들에게 '누가 어떤 민원을 제기하던지 내 아버지, 내 가장 친한 친구가 민원을 넣는다고 생각하고 해줘봐라'고 얘기합니다. 공무원은 많은 민원을 받겠지만 민원인은 어쩌면 평생 처음 넣는 민원일 수도 있잖아요. 민원을 듣고 해결하는 것은 공무원의 기본적인 책무이니 그걸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 식품·의약품 안전이라는 기본적 역할과 함께 산업적인 요소도 같이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안전과 산업의 밸런스는 어떻게 맞춰 나갈 생각이십니까?

▶ 우선은 소비자 보호가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이를 잘 지킬 수 있는 합리적인 규제가 어떤 것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규제를 해서 소비자의 불안을 높이는 것도 안되고, 업체에 타격을 줘서도 안되겠지요. 소비자 안전 원칙을 지키면서 관련 산업을 보호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산업 없이 안전이 있을 수 없는 것이지요.

- 바이오의약품 등은 새로운 산업기술 분야입니다. 업계 쪽에서는 규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있습니다.

▶ 세계에서 처음으로 줄기세포치료제와 항체바이오시밀러를 허가하는 등 바이오의약품 허가체계는 다른 나라보다 앞선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오의약품 규제 선진화는 앞으로도 꾸준히 진행할 계획입니다. 줄기세포치료제의 경우 허가절차를 줄여준다던지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임상2상 시험만 거쳐도 희귀난치성질환 환자에게 투약을 허용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 미국 FDA를 보면 규제 뿐 아니라 산업의 진흥에도 적잖은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 신약개발에 가장 중요한 것이 임상시험인데요.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선진국에 비해 임상시험 산업이 뒤쳐져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맨파워나 실험기구, 실험실 이런 것들이 선진국을 따라 가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라고 보는데요. 우리 임상시험을 미국이나 유럽에서 인정받으려면 이 부분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임상시험(CRO)나 계약생산대행(CMO)에 대한 지원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우리 임상시험을 국가간에 서로 인정할 수 있는 기반도 다져갈 계획입니다.

- 바이오사업이 창조경제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 제약과 바이오 산업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안전과 무관한 절차적 인허가 규제는 개선해나갈 계획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신약을 만들어 내려면 연구개발 선행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범정부적으로 협업이 필요한 곳인데 산업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식약처가 최대한 도울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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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룡 증권부장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卽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卽殆). 바이오산업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입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각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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