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코스닥 상장요건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들의 '상장의 꿈'을 이뤄줄 수 있는 코넥스(KONEX)시장이 출범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한 대형 회계법인의 '과도한 돈벌이 욕심'이 빈축을 사고 있다. 코넥스 상장을 준비중인 중소기업들에 한국거래소 제출용 회계법인 확인서 한 장을 써주는데 수천만원을 요구했기 때문.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굴지의 A회계법인은 코넥스 상장을 준비하는 중소기업들에 외부감사인 확인서(회계법인확인서) 작성 수수료를 최대 3000만원까지 요구해 물의를 빚었다. 코스닥 기준 감사보고서 작성 수수료가 평균 4000~50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이라는 지적이다.
외부감사인 확인서는 지정자문인(증권사)이 코넥스 상장신청을 위해 한국거래소에 제출하는 상장적격성보고서에 포함되는 한 장짜리 문서다. 구체적인 내용은 "돱회계법인이 작성한 감사보고서와 지정자문인이 작성한 상장적격성보고서의 재무제표 숫자가 일치한다"는 한 줄이 전부다.

외부감사인 확인서는 코넥스시장 출범과 함께 새롭게 추가된 부분이다. 원래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해서는 지정감사인의 전년도 감사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코넥스시장은 절차를 간소화하는 차원에서 임의감사를 받은 후 회계확인서를 첨부하게 했다.
그런데 A회계법인은 임의감사보고서 작성과 외부감사인 확인서 작성을 오히려 두 번의 돈벌이에 나설 수 있는 기회로 삼았던 것이다. 더구나 다른 회계법인들은 외부감사인 확인서 보수를 300~1000만원으로 제시한 반면, 유독 A회계법인만 3000만원 수준을 요구하면서 중소기업과 지정자문인들의 불만을 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A회계법인이 코넥스 상장신청접수 마감 이틀 전인 지난 5일까지 수수료 금액을 낮춰줄 수 없다고 버텨 기업과 지정자문인들 여러 곳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맘을 졸였다"고 토로했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되자 한국거래소는 코넥스 상장신청 기업 가운데 증권선물위원회의 지정 감사를 받은 일부 회사는 추가적인 외부감사인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접수를 받아주기로 결정했다. 결국 회계법인을 통해 감사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한 기업은 추가로 3000만원을 들여 별도로 외부감사인 확인서를 받아 제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해준 것이다. 결국 A회계법인은 3000만원 수수료를 요구하다 업계 평균인 1000만원의 수수료도 건지지 못하고, 욕은 욕대로 먹는 결과를 얻고 말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과 성장을 위해 코넥스 시장이 출범하는 만큼 시작부터 수수료 등으로 부담을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독자들의 PICK!
한편 A회계법인은 이와 관련, 상장을 앞두고 기존 감사보고서와 기업 상황을 재평가하는 데 인력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적정한 수수료를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A회계법인 부대표는 "감사보고서 작성 당시와 상장을 앞둔 현재 재무 상황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기존 감사보고서는 상장을 염두에 두고 한 게 아닌 만큼 재무제표의 숫자나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사실 상장 기업들이 늘어나면 그만큼 회계법인들 입장에서는 고객층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며 "기업들을 장기적 동반자가 아니라 당장의 돈벌이 대상으로만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