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금리 급등에 해운·조선·건설 직격탄

글로벌 채권금리 급등에 해운·조선·건설 직격탄

심재현 기자
2013.06.17 17:14

국채 3년물 0.4%p 뛰니 조선·해운 회사채 발행금리 3%p 껑충…출구전략 충격 집중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출구전략 실행 우려로 글로벌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해운·조선·건설 등 자금난이 심각한 '3대 위험업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회사채 금리가 급등했는데도 거래가 줄어들면서 사실상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봉쇄됐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해운업체가 발행한 회사채 3년물 평균금리는 지난달 초 6%대에서 최근 9%대로 급등했다. 지난달 2일 6.18%에서 지난 13일 9.02%로 한달새 3%포인트 이상 치솟은 상태다.

 3년 만기 회사채로 1000억원을 조달하려 할 때 3년 동안 부담해야 할 이자가 183억원에서 270억원으로 100억원 가까이 늘었다는 얘기다. 한 해운업체 관계자는 "현대상선,한진해운등 상위업체마저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이 정도 추가 이자를 부담할 수 있는 해운사는 없다"고 말했다.

 조선·건설업체 사정도 마찬가지다. 회사채 금리 급등으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면서 회사채 발행 자체가 어려워졌다. 조선업체의 경우 3년 만기 회사채 평균금리가 지난 2일 4.96%에서 지난 12일 7.04%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투자수요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투자심리가 싸늘하게 식으면서 거래는 물론, 발행물량까지 급감했다. 올 들어 이들 업종에서 회사채 신규 발행은 △두산건설(700억원) △동부건설(600억원) △동양시멘트(800억원) 등 3건에 그친다. 그나마도 수요예측 단계에서 대규모 미달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 22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의회에 출석,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내비친 뒤 글로벌 채권시장 불안으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해운·조선·건설 등 위험업종으로 충격이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무너질 때 가장 타격을 받는 게 바로 취약업종"이라며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채로만 수요가 몰리고 취약업종은 쳐다도 보지 않는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황 자체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경기회복 조짐과는 별도로 해운·조선·건설 업황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다른 업종에 비해 해운·조선·건설 회사채 금리 상승세가 유독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채 3년물의 경우 지난달 2일 2.44%에서 지난 13일 2.82%로 38bp(0.38%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경록 NH농협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누적된 해운·조선·건설 업황 침체에 최근 STX 사태까지 올해 들어 잇따른 부도 사태로 투자기피 현상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며 "금융권 차입이나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조만간 한계 상황에 다다른 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지만 낙관적인 전망은 많지 않다. 최근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던 SK해운도 수요가 여의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발행을 잠정 중단했다.

 한진해운이 1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SK해운의 전례를 밟은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후순위채라는 영구채 특성상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져 'BBB+'에 발행되면 기관투자가를 모으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다.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해운·조선·건설사 회사채는 6조원에 달한다. 한 증권사 채권분석팀장은 "오는 10월에만 3대 위험업계의 회사채 만기가 1조6000억원이 몰려 있다"며 "정부 차원의 선제관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