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돈의 흐름이 변하는 시점에서

[전문가 기고] 돈의 흐름이 변하는 시점에서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2013.08.04 14:24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출구전략 실행을 앞두고 글로벌 자금은 이미 두 가지 큰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레이트 로테이션(The Great Rotation)과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의 자금 재유입이다.

그레이트 로테이션이란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흐름을 말하는데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출국전략 발언 이후 미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년간 지속된 신흥국으로의 자금 흐름은 이제 선진국으로 다시 회귀하는 모습이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가 지지부진한 반면, 미국과 일본의 경기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에는 글로벌 자금이 브릭스를 비롯한 이머징국가로 자금이 쏠렸다. 1990년대 골디락스를 경험한 서구 선진국들은 2000년대 들어 브릭스(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를 위시한 신흥국에 경제 활력을 넘겨줬다.

1990년대 말 등장한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이란 용어는 1990년대까지 경제위기로 흔들리는 '문제국가'를 가리키는 말로 통용됐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조차 서구의 몰락과 대비해 동쪽이나 남쪽의 부상을 입에 올릴 정도가 된다. 지난 2000년 연간 2000억 달러에 불과했던 이머징 국가로의 민간자본흐름은 2010년 3조 달러로 폭증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조금씩 변화의 기미가 감지됐고 올해 들어 이머징마켓의 자금유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이머징마켓 주식형펀드에서만 약 300억달러가 유출됐다.주식형펀드가 전체 글로벌 자금흐름의 극히 일부분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금액이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채권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지난 수십년간 글로벌 금리하락 덕분에 엄청난 성장을 누렸던 미국 채권펀드는 지난 5월 버냉키 연준 의장의 출구전략 발언이후 금리상승 우려가 높아지면서 자금이 급격히 유출됐다. 장기적으로 금리상승기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표출되며 나타난 현상이다.

미국의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지난해 7월 24일 1.39%에서 최저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현재 2.71%를 기록하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출구전략을 시행하면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이보다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며 채권펀드의 자금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채권펀드에서 유출되는 자금은 향후 어디로 이동할까. 머니마켓 등 단기부동자금이나 주식 혹은 대체상품펀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미국채권펀드에서 6~7월에만 760억달러 가량 자금이 유출된 반면, 주식과 다른 대체상품펀드는 순유입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최근 글로벌 시장과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 미국 등 글로벌시장의 상승에 편승하지 못하고 소외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경기가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자금흐름이 역전되면서 외국인의 자금유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국내 경기와 주식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크게 작용했다.

우리나라 역시 외국인의 자금유출을 경험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외국인의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여타 다른 신흥국과는 달리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와 상대적으로 높은 외환보유고, 낮은 정부부채비율이 부각되고 있는 것.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며 보수적으로 채권투자를 지향하는 것과 달리, 선진국에서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른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실제 일어나고 있는 선진국과 우리나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누가 바른 투자선택을 했는지는 시간이 흐르면 바로 알 수 있다. 세계경기는 바닥을 벗어나고 있고 자금흐름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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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김희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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