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사실상 역전타가 힘든 상황에 접어들었습니다. 트랙레코드(운용성과)도 자금이 있어야 쌓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 중소형사의 한국형 헤지펀드 매니저는 대형사와 경쟁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대규모 종잣돈이 없는 이상 자금 유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관이 특정펀드 설정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면 투자내역을 공시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컨데 A기관이 2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헤지펀드에 투자할 계획이라면 적어도 설정액이 400억원은 넘어야 공시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대부분은 설정액이 500억원이 안 된다. 계열사가 없어 종잣돈을 받을만한 곳도 마땅치 않은 독립계 운용사의 경우 수익률이 뛰어나다 해도 몸집을 불리기가 쉽지 않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2011년 12월 출범한 이후 2년차를 맞아 외형적으로 안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절반 이상이 마이너스 수익률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대부분 플러스로 돌아섰다. 규모만 봐도 총 헤지펀드수 26개에 설정액 1조5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펀드 및 운용사 간 양극화는 여전히 심각하다. 브레인운용(2개, 4700억원), 삼성운용(4개, 3400억원)이 전체 수탁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4개, 2200억원), 트러스톤운용(1개, 1400억원)까지 합치면 4개 운용사, 11개 펀드가 전체 시장의 78%를 점한다.
물론 이들에게 자금이 몰린 것은 우수한 트랙레코드로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줬기 때문이다. 다만 여타 헤지펀드도 자금을 받아 실력을 겨뤄볼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환경조성은 필요하다. 이와관련해 업계에서는 기관의 헤지펀드 투자에 대한 공시 의무가 일시적으로나마 완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최소투자액(5억원) 감소를 통한 개인자금 유치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월 한국형 헤지펀드의 도약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역시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극화 문제 해결을 통해 시장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해법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