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집중됐던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에서도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된 분명한 시그널은 없었다. 연내 축소에는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시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
증시는 또 한번 출렁였다. 코스피지수가 1% 가까이 하락했고 미국 증시도 모두 하락 마감했다. 일본, 중국 증시도 약세로 장을 마쳤다.
조만간 큰 파도가 오는 게 분명하지만 언제, 얼마나 큰 파도일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시장은 잔 물결에 놀라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부실한 배(인도, 인도네시아)들이 잔물결에 크게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좀 더 튼튼한 배(한국, 대만) 갑판도 난리가 났다.
본격적인 파도가 언제쯤 올지, 얼마나 위험할지를 미리 생각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아시아 신흥국에 비해 좀 덜 흔들리더라도 흔들리는 게 분명하다면 충격이 없지는 않을 터. 당분간은 움직임 없이 조용히 맑은 날씨를 기다리는 것이 나을 수 있다.
◇9월 FOMC 출구전략 시작할까..베스트 시나리오는?=21일(현지시간) 공개된 FOMC 회의록에서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출구전략이 시작되는 구체적인 시기도, 규모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연내 출구전략을 시행해야 한다는 데 대부분의 위원이 동의하면서 '곧' 한다는 건 분명해졌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22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8.34p(0.98%) 내린 1849.12로 마감했다. 7월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하며 1850선을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분명한 시그널이 나타나지 않은 게 오히려 시장 변동성을 더 키웠다고 진단한다. 이 때문에 9월 FOMC까지는 불안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시장은 9월 FOMC에서 양적완화(자산매입 프로그램) 축소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인도 루피화가 급등하는 등 아시아 신흥시장이 출렁이면서 시기가 조정될 가능성도 나오기 시작했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 양적완화 축소 언급 당시보다 미국의 고용 개선속도가 빨라지지 않았고 최근 신흥국의 불안을 감안할 때 9월보다 10~12월일 가능성에 무게를 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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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FOMC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거나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분명해져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아시아 신흥국 금융시장도 안정화된다면 베스트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다. 비교적 건전한 한국이나 대만 등의 주가, 환율, 금리 등이 큰 타격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면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 불안이 나타나고 있는 이머징 국가들의 정책 대응으로 우려가 완화되고 위기 가능성이 확산되지 않을 경우 이머징 국가들의 펀더멘털을 반영한 차별화가 상당기간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유지되고 하반기 경기 모멘텀이 예상되는 한국, 중국과 그렇지 못한 곳의 차별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 신흥국 위기로 韓 무역·자본시장 타격..워스트 시나리오=반면 인도, 인도네시아 등 금융 불안이 나타나고 있는 국가들이 금융위기 상황까지 간다면 이머징 국가 전체가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각 국가들이 위기 전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재정 건전화와 자산건전성 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수 경기 위축, 교역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위기 심화 가능성이 높은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터키, 남아공 등에 대한 한국 수출 의존도는 7.3%며 중국을 제외한 이머징마켓 수출의존도는 47%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이머징 수요 위축이 현실화되면 한국 수출 위축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 이머징 국가의 금융위기는 이머징 마켓 전체에 대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해 통화약세, 채권 금리 상승세, 주식시장 동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인도 등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아직 높다고 볼 수는 없다. 김효진 연구원은 "달러 강세가 완만하게 진행중이고 글로벌 성장률이 낮은 상태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아시아 지역은 여전히 선택할만한 지역"이라며 "당장 외환위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