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산업은행 STX 마지막 알짜 'STX유럽' 판다

[단독]산업은행 STX 마지막 알짜 'STX유럽' 판다

박준식 기자
2013.10.1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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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선 제조부문 등 옛 아커야즈 주력사업부…대여금만 8600억 부채축소 전망

한국산업은행이 STX그룹 구조조정을 위해 크루즈선 제조사 STX유럽을 국내외 원매자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 거래의 예상 규모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9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행내 인수합병부를 중심으로 STX유럽 매각을 위한 기초실사를 완료하고 이르면 내달 말부터 공개매각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매물이 해외에 있고 잠재 원매자들도 국외에 더 많을 것으로 판단해 경쟁구도를 조성할 글로벌 IB(투자은행) 한 곳을 조만간 선정할 계획이다.

STX유럽의 전신은 옛 노르웨이 아커야즈(Aker Yards)다. STX그룹은 2007년 네덜란드 투자은행 ABN암로의 자문을 받아 유럽 최대 조선사였던 아커야즈 4456만주(39.2%)를 총 8억 달러에 주식시장에서 매집했다. 특별한 경영권 주주가 없던 이 조선사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지분을 적대적 M&A 방식으로 사들인 것이다.

STX그룹은 이후 노르웨이 정부와 EU(유럽연합), 현지 조선사 하브야드(2대주주) 등의 거센 반발을 얻었다. 하지만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지분을 더 사들여 100%를 총 1조6000억원 가량(2008년말)에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STX유럽은 이후 오슬로 증시에서 상장 폐지됐고 STX그룹에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는 동시에 사명이 지금처럼 변경됐다.

STX는 STX유럽을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회사를 3개 사업부로 분리해 운영했다. 이중 특수선 제조를 하던 사업부는 STX OSV란 이름으로 독립시켜 싱가포르 증시에 재상장했다. STX OSV는 해저시추선 등 특수선박 시장의 호황으로 몸값을 인정받아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에 재매각됐다. STX가 STX OSV로 회수한 자금은 약 1조2000억원(IPO 매각분 등 포함)에 달한다.

조선·해운그룹으로 출발한 STX그룹은 당초 아커야즈의 크루즈선 건조 능력을 눈여겨보고 회사를 사들였다. STX유럽의 크루즈선 건조 기술과 노하우는 지금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STX가 회사를 사들인 이후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가 연이어 발발하면서 해당 시장의 수요가 예상보다 급감했다. STX는 경기가 회복되면 크루즈선 시장도 나아질 것으로 여겼지만 그사이 STX 본체의 재정난이 심하게 가중돼 그룹은 해체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STX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STX조선해양과 7월 말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최근 임원 40%를 감축하기로 했고 해외 자회사 매각 등을 통한 재무개선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STX유럽과 STX대련을 팔아 부채를 줄이는 작업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부채가 지나치게 많은데 돈도 못 버는 STX대련에 비해 STX유럽의 매물가치는 상대적으로 월등한 편이다. 관계자들은 STX유럽도 최근 2년간 이익을 내지 못한 게 사실이지만 기술력과 잠재 영업력을 갖추고 있어 주인을 잘 만나면 경영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STX유럽 자회사인 STX핀란드와 STX프랑스 등은 현지 정부가 재매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STX그룹은 STX조선해양(66.7%)과 STX엔진(33.3%)을 통해 STX노르웨이를 지배하고 있다. STX노르웨이는 이 그룹의 유럽 지주사로 STX유럽 100%를 갖고 있다. STX유럽은 산하에 경영권을 가진 14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번 매각은 기본적으로 STX유럽 100% 지분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매각이익을 최대로 담보하기 위해 원매자들이 요청할 경우 2개 이상의 패키지 방식으로도 진행될 전망이다.

STX그룹이 STX유럽 이하 자회사들에 보유한 가지급금 및 대여금(유가증권 대여 포함) 내역은 8600억원에 달한다. 만약 이번 매각을 통해 채권을 회수하고 매각금을 얻을 경우 STX가 얻을 수 있는 구조조정 효과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크루즈선 제조부문의 경우 국내사가 어렵게 확보한 것이라 여력이 있는 삼성중공업 등이 인수전에 참여할지에 대해서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매각이 아직 초기 단계이고 원매자 군을 예상하지 않은 터라 매각 규모나 거래 방식 등을 확정할 수 없다"며 "일단 STX유럽 100%를 모두 팔기로 했고 STX그룹의 부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매각의)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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