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전자, 주식투자로 '1조' 벌었다

[단독]삼성전자, 주식투자로 '1조' 벌었다

박준식 기자
2013.10.10 06:35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7884억원에 샀던 '시게이트' 주식, 2년 만에 세배로 폭등

삼성전자(285,000원 ▲7,000 +2.52%)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사업을 포기하고 얻었던 시게이트 주식을 2년 만에 일부 되팔아 약 1조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얻었다.

비핵심 사업부를 매각하면서도 당시 거래대금 절반을 돈으로 받지 않고 주식으로 취득해 사업 시너지를 노린 전략이 대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9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보유 중이던 12.6%의 시게이트 지분 중 과반인 9%(3270만주)를 주당 46.03달러, 총 15억518만달러(약 1조6200억원)에 되팔기로 합의했다. 2년 전 취득원가의 세배에 지분을 팔아 매각지분만으로도 1조원이 넘는 차익을 거둔 셈이다.

삼성전자는 2011년 HDD 사업이 시장 진입자들의 과당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해 매각을 결심했다. 당시 시장에선 웨스턴디지털과 히타치. 시게이트, 삼성전자가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 경쟁구도에서 삼성전자가 수익성이 낮아지는 HDD사업을 포기하자 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웨스턴디지털도 히타치의 사업부를 인수하며 경쟁이 완화됐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HDD 사업을 매각하면서도 업계의 구조조정 등을 내다보고 사업 재투자 효과를 낼 방안을 마련했다. HDD 사업부 양도 거래가격 13억7500만 달러 가운데 절반은 현금으로 받았지만 나머지는 시게이트 지분으로 취득해 2대 주주 지위에 오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전략으로 시게이트 이사회에 참여하게 됐고 서로의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와 HDD를 공유하는 사업 제휴도 맺었다.

삼성전자가 비핵심 사업을 가려내고 그를 처분한 결단은 경쟁력이 최고 수준인 반도체 사업에 집중할 계기가 됐다. 시게이트도 세계 하드디스크 시장에서 전략적 위상을 높일 수 있었고 기업 가치는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 시게이트 지난 2년간 주가추이 (ⓒYahoo finance)
↑ 시게이트 지난 2년간 주가추이 (ⓒYahoo finance)

삼성전자는 2011년 말 당시 시게이트 9.6%를 거래가격 7884억원(장부가 기준)에 취득했다. 삼성전자의 시게이트 지분은 이후 주식배당 등을 통해 12.6%로 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계약상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사 제휴를 강화해 시게이트 가치를 더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해 지분 보유를 지속했다.

시게이트는 그동안 자신들을 믿고 장기 투자자로 남아주었던 삼성전자에 화답했다. 사업부 매매 거래 2년만인 이날 일부 지분 재매입을 결정한 것이다. 시게이트는 삼성전자가 가진 12.6%의 지분 중 과반인 9%를 1조6200억원에 되사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시게이트 지분 12.6%의 가치는 이날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2조2700억원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거래를 통해 2년 만에 현금 1조6200억원을 거두면서도 다시 시게이트 지분 3.6%를 남길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가 만약 남은 3.6%도 같은 가격에 매각한다면 HDD 사업을 정리하면서 얻은 순수한 현금만 결과적으로 3조원(2011년 현금 7500억원 수취)이 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HDD 사업을 정리하면서 구조조정 이후의 시장회복을 예견하고 상대방 지분을 취득하는 언아웃(earn out, 차후 수익분배) 구조를 마련한 것"이라며 "비핵심 사업 정리를 하면서도 실익을 함께 거둔 이런 결과는 앞으로 경영학의 교과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