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도 감원없이 일자리 늘립니다"

"사모펀드도 감원없이 일자리 늘립니다"

대담=박준식 증권부 기자, 정리=유다정 기자
2013.11.05 10:06

[머투초대석]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

이 남자는 '새처럼 날라'는 이름을 가졌다. 윤여을(尹汝乙)은 한학자였던 조부가 넓고 높은 기상(氣像)을 가지라는 의미로 내려준 석자다.

사람은 역시 길러지는 법이다. 어려서 몸이 약했지만 이름을 욕보이지 않으려 태권도를 배웠고 스무 살엔 사범의 실력이 됐다. 몸을 수련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조치대학에서 배우고 후지쯔와 자딘플레밍증권(현 JP모간)에서 일했다.

젊어서 체력적, 정신적 한계를 한차례씩 극복하자 더 큰 세상이 보였다. 1987년 서른한 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2년간 하버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서울로 돌아와서는 일본 최고기업 소니(Sony)와 일하기 시작했다.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은 20년간 소니코리아를 이끌었다. 2001년까지 소니뮤직코리아의 초대 사장을 맡았고 그 후 6년간은 소니컴퓨터 국내 사업부를 이끌었다. 2005년부터는 위기에 빠진 소니코리아 총괄사장 맡아 8000억원대 매출을 4년 만에 1조2000억원대(2009년)로 끌어올렸다.

윤 회장은 전형적인 외국계 기업의 성공한 한국인 경영자였다. 그런 그가 2010년 돌연 회사를 떠나 이름 모를 신생 투자사에 몸담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소니에서 글로벌 사업부들의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도 있고 국내에서는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몇 년은 총괄사장 자리에 머무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간의 의문은 지난 3년간 윤여을 회장과 한앤컴퍼니가 이룬 결실로 충분히 풀린다. 윤 회장은 "소니는 훌륭한 조직이지만 CEO로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엔 관료주의가 다소 강했다"며 "한앤컴퍼니는 의사결정이 빠르고 민첩한데다 PEF(사모투자펀드) 운용사지만 감원 없이 경영을 혁신한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에서는 PEF를 '저가에 기업을 매수해 무자비한 구조조정으로 이익을 내는 투기적 집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그건 오해"라며 "미국식 해고와 감원 없이도 국내 기업들은 충분히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고 한앤컴퍼니는 그런 비상(飛上)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윤여을 회장과 일문일답.

- 최근 웅진식품 인수자로 선정된 걸 축하한다.

▶ 한앤컴퍼니는 투자와 경영 파트가 유기적인 관계이지만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저는 경영 쪽을 책임지고 한상원 대표는 투자 쪽을 맡는데 개별 거래의 인수는 80% 이상을 투자 파트에서 전담한다. 웅진식품은 현재 가치보다는 미래성장 가치가 상당히 높은 회사다. 인수전에 나서 투자 파트가 실사한 자료를 경영 쪽에서 검토한 결과 음료회사로 그동안 임직원들이 영업채널을 굳건히 유지해 믿음직스러웠다.

- 너무 비싸게 산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산업적인 시각에서 보면 음료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 커피시장만 봐도 예전과 달리 매년 두 자리수 성장세다. 여기에 생수와 기능차 시장이 늘고 있다. 어려운 마켓에서 웅진이 포지셔닝을 잘하고 있다고 본다. 저는 여기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선전하는 상품과 앞으로 잘될 상품을 가릴 것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의 히트상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창의적으로 도전한다면 (추가 성장은) 무리가 아니다.

- 일반적인 PEF 운용사와 달리 투자사에 전문 경영인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 PEF가 국내에선 자본가들의 돈놀이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를 많이 접했다. 하지만 실은 산업적 전문성을 기초로 주주이익을 높일 틈새를 찾고 경영효율을 개선해 낮은 기업 가치를 개선해 키워주는 도우미 역할이 크다. 시장에서 저평가된 회사의 제 가치를 찾아 새로운 적정 인수자에 돌려주는 일이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경영 효율을 높일 전문가가 운용사 내에 반드시 필요하다.

- 소니 CEO 윤여을과 투자계 스타 한상원 대표는 어떻게 같이 일하게 됐나.

▶ 소니에서 일할 당시인 1993년에 개인적인 관계로 하버드 MBA 후배인 한상원 당시 모간스탠리 부장을 소개받았다. 이후 20년간 한 대표와는 사업과 무관하게 형제처럼 지냈다. 한 대표가 모간스탠리 프라이빗에퀴티의 한국대표로 투자한 회사들의 사외이사직을 2005년에 제안했는데 이를 수락했다. 그 일을 계기로 PEF 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소니에서는 CEO로서 보람이 있었지만 더 늦기 전에 국내 산업에 기여하면서 일자리를 늘리는 경영혁신을 전파하고픈 의지가 있었다. 때마침 한 대표가 독립을 결심하고 함께 하자고 제안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

- 사모펀드라고 하면 무자비한 자본가라는 인식이 강한데.

▶ PEF 운용사가 인수 기업에 접근해 경영을 개선하는 방법에는 감원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기업을 인수하면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생각한다. 이 회사가 갖고 있는 자산과 조직력, 채널관리, 인지도 등등. 그리고 그 모든 걸 기초로 잠재력을 극대화했을 때의 기업 가치를 다시 계산하고 현재 미흡한 부분을 손대기 시작한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들어왔던 일부 미국계 PEF 운용사가 그릇된 인식을 심어놨다. 하지만 감원이 아니더라도 경영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늘리며 사업을 확대할 수천가지 방법이 있다.

- 그동안 투자한 기업 중에 그런 사례가 있나.

▶ 우리가 처음으로 인수한 코웰이홀딩스가 대표적이다. 휴대폰 카메라를 만드는 이 회사는 원래 코스닥 상장사였는데 대주주와 더 큰 성장계획을 세운 뒤 공개매수로 상장폐지했다. 이후 3년간 회사를 키우는데 주력해왔다. 소니에서 일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전자 부품을 거래하며 얻은 노하우를 코웰이에 전하면서 모든 프로세스를 임직원과 함께 혁신했다. 상장폐지 당시 매출이 2000억원대였는데 직원이 늘고 사업이 확대되면서 올해 8000억원대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 어떻게 단기간에 매출을 2~3배나 늘릴 수 있나.

▶ 국내 중견기업들은 인재영입에 서투른 면이 있다. 좋은 인재를 데려올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고 성과보상 체계도 미흡하다. 코웰이의 경우 고객관리는 완벽했지만 우수한 엔지니어를 영입해 고객사가 만족할만한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을 맞추는 게 시급했다. 소니에서 삼성전자나 LG전자를 상대로 전자 부품을 거래해본 경험이 있어 관련 인재풀을 확보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유지한 것이 도움이 됐다. 우수한 인재들이 영입되고 제품의 퀄리티를 일정하게 높이 유지하기 시작하자 고객사들이 믿고 주문을 늘렸다.

- 한앤컴퍼니가 최근 시멘트 투자 비중을 높여서 시장의 관심이 높은데.

▶ 시멘트는 OPC(오리지날 포클랜트 시멘트)와 슬래그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투자한 대한시멘트 등은 슬래그를 만드는 기업인데 전체 시장의 수급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내에서 전략적인 보유 가치를 찾고 있다. 슬래그는 저가이지만 수요가 많아서 압도적인 잠재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 시장이 작지만 일단 마켓리더가 된다면 상당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봤고 이미 인수 당시에 비해 이익이 70%이상 더 나오기 시작했다.

- PEF가 경영을 너무 많이 알면 피투자 기업 임직원이 싫어하지 않나.

▶ (웃음) 우리가 현재 인수한 회사가 6개다. 리더십 측면에서 노력하는 부분은 사람 마음을 잘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숫자를 분석해서 전략이 나온다면 모든 회사가 다 잘돼야 한다. 그렇다면 맥킨지 같은 곳이 컨설팅하면 다 잘돼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사가 알면서도 경영을 잘하지 못한다. 추상적이지만 개인적으로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이런 문제가 생긴다고 여기고 있다. 소니에서 21년간 CEO를 맡으며 전략이나 숫자보다 누가 그걸 실행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인수한 기업의 임직원들과는 격의 없이 만나는 걸 좋아한다. 내가 편해야 상대방도 편해지는데 잘 소통하고 난후에 평가를 정확하게 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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