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인3색이 정상이죠. 요새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심사위원마다 점수가 다르잖아요." 최근 대한항공 신용등급 강등을 두고 신용평가업계에서 나오는 얘기다.
범한진그룹의대한항공(24,350원 ▼200 -0.81%)이 지난달말 자금난을 겪고 있는한진해운에 1500억원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자 신용평가사 3곳 가운데한국기업평가(104,900원 ▲400 +0.38%)가대한항공(24,350원 ▼200 -0.81%)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단계 내렸다. 대한항공 역시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 부담을 짊어지게 되면서 신용도 강등 사유가 발생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용등급 'A'는 그대로 두고 등급전망만 '부정적'으로 낮췄다. 재무 부담이 늘긴 했지만 당장 등급을 내릴 정도는 아니고 향후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상선(20,750원 ▼200 -0.95%)부실이 옮겨붙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로지스틱스에 대해서는 나이스신평만 각각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이달 들어서만 이렇게 신평사간 신용등급이 '엇박자'를 낸 게 벌써 세번째다.
그동안 3대 신평사의 기업별 신용등급은 쌍둥이 같았다. 길어야 하루이틀 차이를 두고 등급 변동이 앞서거니 뒤서거니했다. 영업특성상 '갑'인 기업의 눈치를 보면서 '적정 수준'의 등급을 맞춰준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이같은 신용등급 차별화에 대해 시장에서는 동양 학습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웅진홀딩스 사태부터 올해 STX를 거쳐 지난 9월말 동양 사태에 이르기까지 메가톤급 이슈를 거치면서 업계 안팎의 반성이 적잖았다. 동양사태만 해도 그룹 계열사가 무더기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한달 전에야 신용등급 조정이 이뤄지면서 신용평가가 솔직해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시장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당장 박수소리가 나온다. 신평사 3곳이 건건마다 한결같은 평가를 내놓는 것은 효율성을 최고의 미덕으로 치는 시장경제원리에서도 문제다. 시장 한 관계자는 "등급 평가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시장에 다양한 시각과 평가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며 "신평사간 차별화는 시장 경쟁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