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서 매입한 4.76% 해외 유동화 타진…정부 대기물량 9%와 매각시기 조율
IBK기업은행(22,200원 ▼150 -0.67%)이 지난해 말 정부로부터 매입한 3000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해외주식예탁증서(GDR)로 유동화 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정부가 추가로 매각할 지분으로 인한 오버행(overhang, 대량의 매각 대기물량으로 인한 주가상승 제한) 이슈 부담을 최대한 덜기 위한 자사주 처리방안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간 골드만삭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과 자사주 GDR 발행에 관한 실무 검토에 나섰다. 아직까지 이들 IB와 주관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 종류의 자본시장 거래는 통상 실무를 예비하고 증권을 발행하기 직전에 계약을 맺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로부터 2620만주(4.76%)를 매입했다. 정부가 경영권 지분 64.6% 중 일부를 기업은행에 팔아 부족한 세수를 보충하기 원하자 유보현금을 활용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기업은행은 정부로부터 자사주를 주당 1만1450원에 취득했고 4.76%의 총 매입금액은 2999억9999만원이었다.
정부는 세수 부족분 보충을 위해 지난해부터 기업은행 경영권 지분 외 잔여지분을 팔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68.9%였던 기획재정부의 기업은행 지분은 2차례의 블록세일(장내 시간외 대량매매)과 기업은행 자사주 거래를 통해 현재 59.9%까지 낮아졌다. 정부 당국은 올해도 같은 목적으로 기업은행 지분을 9% 가량 팔아 경영권 지분을 50%+1주까지만 남길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자사주를 GDR로 유동화해 현금 확보를 노리고 있지만 이 계획은 정부와의 조율이 필요하다. 정부도 지난해 블록딜로 인해 투자자들과 맺은 잔여 지분 보호예수 기간(3월 말)이 지나면 다시 9% 지분을 나눠서 시장에 팔 계획을 갖고 있어서 매각 시기를 서로 부딪치지 않게 협의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은행 실무팀은 자사주를 국내 시장에 내놓지 않고 GDR 형태로 해외시장에 매각할 경우 정부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 예상한다.
기업은행의 GDR은 룩셈부르크 증시에서 발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은행은 지난 2003년 국내외 동시상장을 추진하면서 국내 금융기관 중 처음으로 룩셈부르크에 예탁증서를 발행했었다.
기업은행이 자사주 처리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린 이유는 정부 이슈도 있지만 최근 한국기업들이 해외투자자들로부터 다시 조명을 받기 시작하면서 GDR 거래가 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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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싱가포르 시장에서 4000억원 규모의 GDR 발행에 성공했다. 그에 앞서 중견기업 중에서 영원무역과 코라오홀딩스 등도 1000억원대의 발행 거래를 성사시켰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해외시장을 이용할 경우 비용이 다소 높지만 기존 국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보다 할인율이 낮아 이익이 크다. 전문가들은 GDR이 기업들의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가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기업은행의 GDR 발행 시기는 정부 이슈로 인해 올해 중순이나 연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은행은 자사주 처리를 다각도로 고민하면서 예탁증서 발행이 불가능할 경우 임직원들에 대한 스톡옵션 형태의 자사주 배정 처리도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