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B도 결국 사람 마음 얻기다.

[기자수첩] IB도 결국 사람 마음 얻기다.

박진영 기자
2014.02.27 18:01

"우리는 까이는 게(거절당하는 것) 일이에요."

한 증권사 DCM(채권발행시장) 부문 A상무의 말이다. 증권사 DCM 부문은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금리 수준, 규모, 시기 등을 논의해 시장에 회사채를 내놓을 때까지 돕는 역할을 한다.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이처럼 돕는 역할을 하는 주관사 자리를 둘러싸고 증권사간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업력이 20년이 넘은 A상무조차 거래를 따내는 것은 차치하고 기업의 재무부서 담당자들을 만나는 것조차 어렵다고 한다. 그간 회사채 발행 주관 실적과 수수료 등에서 증권사간 차이가 크게 나지 않다보니 주관사를 따내기 위한 경쟁은 영업력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A상무도 기업 재무부서 임직원들을 만나느라 3월말까지 저녁식사 약속이 꽉 차 있다. "이 일 하는데 학벌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덜 좋은 대학 출신순으로 일을 잘 합니다. 이 일을 하려면 자기를 낮출 줄 알아야 하고 조직 마인드도 있어야 하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반복해서 찾아가는 성실함과 한 번 까이고 두 번 까여도 다시 찾아가는 끈기가 있어야 합니다."

DCM 부문 증권맨들은 회사채 발행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찾아가 끊임없이 문을 두드린다. 전화를 친절하게 받아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다행히 연락이 닿아 "찾아가겠다"고 말해도 "죄송하지만 다음에 뵙자"는 말이 돌아오기 일쑤다.

ECM(주식자본시장) 시장이나 M&A(인수합병) 부서도 마찬가지다. 한 증권사 임원은 "여직원 중에 딜을 따내려고 40번 가까이 내리 전화를 거는 악바리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력으로 승부해야지 안면으로 경쟁하면 되겠느냐는 생각도 들지만 이 임원은 "어디나 같다"며 "우리는 '접대'고 미국은 '로비'다. 한 번 더 찾아가는 노력도 능력이다"고 강조했다.

사회에는 실력차를 가늠하기 어려운 경쟁 분야가 많다. 이 때 차이를 만드는 것이 영업력이다. 한 번이라도 얼굴을 더 보고 인간적 신뢰감을 주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것은 어찌보면 지극히 합리적이다. 결국 모든 경쟁은 사람 마음 얻기에서 승부가 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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