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든타임(Golden Time)'
다사다난했던 올해 상반기에 골든타임만큼 자주 등장한 단어도 드물다. 골든타임이란 라디오나 TV 편성표에서 시청율이 가장 높은 황금시간대를 뜻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생(生)과 사(死)를 오가는, 적절한 구조가 절실한 순간이라는 의미로 기억하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수 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선박 사고와 국내 시가총액 1위 대기업 총수의 입원 사례에서 보듯 골든타임을 지키느냐, 지키지 못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그야말로 '극과 극'이라는 사실도 통감했을 터다.
증권업계가 끝 모를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불황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된지 오래다. 증권업계 구조조정 속도도 빨라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임직원 수는 1년 사이(2012년 말~2013년 말)에 약 2600명 감원됐고 현재도 인원 감축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증권사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라는 지적들이 잇따른다. 금융당국이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생존을 위한 안팎의 필사적인 노력, 즉 '줄탁동시'의 지혜가 절실한 때이지만 당국의 더딘 해결속도는 아쉽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1년째 표류 중인 방문판매법 개정안 처리가 대표적인 예다. 증권사 지점에 고객들이 거의 찾아오지 않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금융상품을 방문판매할 때 14일 이내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는 현행 법 조항 때문에 적극적으로 외부 영업 활동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금융상품은 시시각각 평가 가치가 변하는 상품이라 14일 이내에 원금으로 환불해주기가 어렵다. 미국이나 일본 등 금융 선진국은 이미 금융상품을 계약 철회의 예외로 두고 있다.
ELW(주식워런트증권) 호가 제한과 개인고객 진입 장벽 설치, 옵션 승수 인상 등 파생상품 규제들도 완화 대상으로 꼽힌다. 현물시장 위축을 불러온데다 위험회피 기능 등 파생상품의 순기능조차 무시한 각종 규제들을 두고 한 전문가는 "학교폭력을 막고자 학교를 없앤 것과 같은 어리석은 조치"라고 비판했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의 도래와 투자인구의 감소로 금융투자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데도 금융당국과 국회는 이에 맞는 규제의 변화를 꾀하지 못한 채 아까운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중으로 규제완화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증권업계의 생사가 오가는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적절한 처방이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