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 증권사 임원이 이런 말을 했다. "요즘 들어오는 젊은 직원들은 안됐다. 청춘이라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보다 헤쳐나갈 길이 막막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나마 호황인 시절을 살았지만 잠재 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사는게 더 팍팍하지 않겠나."
이런 얘기는 꼭 증권업계만이 아니라 어느 곳에서나 들린다. 몇해 전 한 설문조사에서 '자녀를 출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힘든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만난 한 인구문제 전문가는 "지금 20~30대 취업난이 심각한 이유는 인구 규모가 많은 40~50대 베이비부머들이 일자리 다수를 점해버렸기 때문"이라며 "어떻게 보면 지금 청년들이 피해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들은 "위로는 부모님 부양, 아래로는 자녀 교육에 치여 살아가는 힘겨운 샌드위치 세대가 바로 우리"라고 항변한다.
그렇다면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요즘 어린이들의 삶은 어떨까. 지금의 20∼30대 같은 취업난 없이, 지금의 40∼50대 같은 부양의 무게 없이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로 취업은 한결 나아지겠지만 이들은 지금 할아버지·할머니 세대에 비해 출산율이 3분의 1 이하로 낮아진 시점에 태어났다. 자신의 부모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막중한 노인 부양의 의무가 발생하는 세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행한 세대를 놓고 경쟁이라도 벌이듯 지금 한국에서 행복한 세대는 없어 보인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자녀를 키우고 부모를 부양하고 직장에서 일하는 개인의 삶 전체가 인구구조라는 커다란 틀에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가 좀 더 열심히 살면 나아지겠지"라는 반성이나 각오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 한계가 분명히 있다.
인구문제 전문가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해 이런저런 잡다한 정책들을 다 끌어모은다며 '백화점식 대책'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백화점식 대책으로도 부족할 만큼 출산율 저하가 앞으로 야기할 문제는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이미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많은 사회적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은 늦었지만 올해 국정과제로 인구 문제를 내세워 총체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른 한국도 이제 지체할 시간이 없다. 각 세대마다 조금씩 부담을 덜어 행복해지려면 인구대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