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민연금 '대기업 리서치' 우대

[단독]국민연금 '대기업 리서치' 우대

심재현 기자, 최석환
2014.08.11 06:00

거래증권사 선정 때 시총 5000억원 이상 차등반영 추진…中企 소외 우려

국민연금이 거래증권사를 평가·선정할 때 시가총액이 큰 대기업의 리서치(분석) 현황을 차등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올해 운용기금만 400조원대로 사실상 국내 자본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국민연금이 대기업 리서치를 우대할 경우 중소 증권사는 물론, 자본조달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중소기업까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내년부터 증권사별로 시총 5000억원 이상 상장사의 리서치 현황을 집계해 업계 평균을 기준으로 거래증권사 평가에 최대 4점까지 차등 반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배점 비중 등을 포함한 최종 평가안은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평가주기를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 등과 함께 추진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연금이 3개월마다 평가해 교체하거나 등급을 변경하는 거래증권사는 주식, 채권 등을 사고팔 때 이용하는 증권사를 말한다. 재무안정성과 매매업무 성과 등 정량·정성요소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 총 3개 등급으로 나뉘는 거래증권사는 국민연금의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는 국내 주식거래의 경우 거래액의 0.10% 수준, 해외 주식거래의 경우 0.03%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지난 2분기 국내주식 일반거래증권사로 40개사(그 중 외국계 15개사), 사이버거래증권사로 8개사, 인덱스거래증권사로 15개사(외국계 2개사)를 선정했다.

국민연금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그동안 리서치 인원이나 규모 등 증권사의 리서치 역량 평가에 대한 변별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투자수익률 제고에 리서치 역량이 미치는 영향이 적잖은 만큼 거래증권사 평가에서도 이 부분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논리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대기업 리서치를 우대할 경우 자본시장에서 대기업 편중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일 기준 코스피·코스닥시장 상장사 1835곳 가운데 시총 5000억원 이상 상장사는 270곳(14.71%)에 그친다. 코스피가 229개 상장사, 코스닥이 38개 상장사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일부 증권사에서는 국민연금의 주문을 받기 위해 시총이 큰 대형주 위주로 리서치가 이뤄지다보니 중소기업 발굴 등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특히 중소기업 리서치에 특화된 중소 증권사의 경우 갑갑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증권사의 리서치 초점이 대기업에 맞춰지면 중소기업 리서치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자금 자체가 대기업으로만 흐르면서 중소기업 소외가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말 매출 기준 국내 500대 기업 주식에 투자한 68조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삼성그룹(30.6%)과 현대차그룹(15.9%) 계열사에 집중했다.

한 중소기업 재무담당 고위임원은 "거래증권사 평가 배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냐 작냐를 떠나 시총 5000억원 이상 상장사의 리서치 성적으로 증권사를 줄 세우겠다는 것은 국민연금이 대놓고 대기업에만 돈을 대겠다는 얘기 아니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형 증권사 위주의 시장 재편을 유도하려는 금융당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시장 한 관계자는 "검토안이 현실화될 경우 중소 증권사보다는 대형 증권사에 유리한 게 사실"이라며 "이렇게 되면 중소 증권사는 특화된 부문 말고는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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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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