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쉽지 않네요."

금융투자업계의 IT(정보기술) 인프라를 책임지는 코스콤의 영업본부 담당 임원에게 최근 조직개편 이후 근황을 묻자 한숨과 함께 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시장이 변하고 있으니 우리도 변해야죠.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했지만 힘든 기색은 역력했다.
코스콤은 지금 대대적인 실험을 진행 중이다. 지난 5월에 취임한 정연대 사장은 코스콤 설립 이래 처음으로 고객중심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며 영업과 마케팅을 통합한 영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을 개편했다.
굳이 발로 뛰는 영업을 할 필요가 없었던 코스콤 입장에서는 혁신에 가까운 변화다. 코스콤은 현재 국내 대부분의 금융투자회사 IT인프라를 도맡고 있다. 거의 독점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데다 공공기관이라 민간기업 만큼 실적 압박을 느껴온 것도 아니다. 일각에서는 '방만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증권시장이 침체되면서 세상은 변했다. 업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구조조정이 빈번해지고 지점 수가 줄어들자 증권사에 IT인프라를 제공하는 코스콤는 직접적으로 실적에 타격을 받았다. 코스콤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17%에서 2012년 8%로 줄었고 지난해 3%로 급감했다. 올해 실적도 부진하다.
직원들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우리도 변해야 살아 남는다'는 인식을 갖고 변화를 시도하게 됐다. 직원들이 부장이나 팀장 직책에 머무를 수 있는 기한이 정해지는 직책자 정년제도를 받아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역대 사장들과 대립각을 세우며 강성 입장을 견지해 온 코스콤 노조가 대의를 위해 이번만큼은 화합을 택한 것이다. 사장도 "임원들도 밖에 나가 영업을 해야 한다"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코스콤의 변화는 경영진과 노조가 마음을 합해 시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시도가 공공기관 체질 변화의 모범 사례로 자리잡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