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신일산업 적대적 M&A(인수합병)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 지붕 두 주총'이란 웃지 못할 사건을 두고 임시주주총회의 효력을 인정할지에 대한 법원 판결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법원은 3번의 심문기일을 마치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고민에 들어갔다. 이 판결에 따라 적대적 M&A의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미지수지만 신일산업 사건이 국내 증시에 던진 화두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신일산업 사건은 소액주주들이 자신의 권리에 대해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 적대적 M&A 과정에서 공격과 수비측이 검찰과 경찰을 오가며 압수수색을 당하고 조사를 받는 동안 주주의 권리는 무시됐다. 그러자 신일산업 주주들은 온라인에서 뭉쳤다. 네이버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밴드에 모여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소액주주가 모이자 회사도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최대주주인 김영 신일산업 회장이 3년여 만에 주식을 매수했다. 회사는 비전 발표를 통해 현금 배당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지켜보는 눈이 많아진 만큼 회사는 앞으로 유상증자 자금 활용 등에 있어서도 보다 진중하게 임할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불필요한 자금조달, 조달한 자금의 무분별한 활용, 계열사간 거래를 통한 부당이익 취득, 최대주주의 권리 남용 등의 행태를 보이는 상장기업이 적지않은 국내 증시의 풍토를 고려할 때 소액주주의 적극적인 행동이 갖는 효과는 생각보다 더 클 수 있다.
또 적대적 M&A가 꼭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시각의 변화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선 적대적 M&A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회사와 상관없는 외부 사람이 돈만 갖고 회사를 차지하려 한다는 의심의 눈길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부도덕한 경영진에 경종을 울리고 한계에 부딪힌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적대적 M&A가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받는 모습이다. 최근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대한 경영 참여를 선언한 것도 이같은 국내 증시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다만 아직도 소액주주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가로막는 장치가 곳곳에 남아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 예로 국내 상법상 3%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회사의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실제로는 이 권리를 잘 행사하지 못한다. 회사가 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거절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결국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신청을 해야 하는데 재판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점이 있다.
약 1년을 끌어온 신일산업 적대적 M&A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법원의 판결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다만 결과와 상관없이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앞으로도 현재진행형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