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박용주 초록마을 사장 "품질과 상생으로 유기농시장 키울 것"

틈새로만 여겨졌던 유기농 식품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5년 7600억 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 3조5000억 원으로 10년 만에 5배 커졌다. 웰빙 바람이 불며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한 끼를 먹더라도 양보다 질'이라는 의식도 한몫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 식품은 신뢰가 생명이다. 생산과 제조,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정직과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존재 이유가 없다.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누구를 믿어야 하는 지가 큰 과제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과 '가족 같은 상생'. 박용주 초록마을 대표이사(52·사진)는 품질과 신뢰, 상생을 강조한 이 말을 가슴에 품고 산다.
[대담=송기용 산업2부장, 정리=오승주 기자, 사진=홍봉진기자]
-초록마을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매출이 큰 폭 증가하는 등 성과가 좋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800억 원, 50억25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3년 3월 초록마을을 맡은 이후 1년9개월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6%, 100% 상승했다. 부임 이후 첫 6개월간 경영진단을 실시했고, 그 과정에서 실적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2013년 말부터 경영진단 효과가 나타나며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도도 추진하면서 탄력이 붙었다.
-초록마을의 새로운 시도가 무엇인가?
▶경영진단 결과 '유기농시장은 충분히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50~60대 여유 있는 은퇴자와 유아,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40대 학부모, 웰빙을 추구하는 젊은층 등 시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은퇴자들은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학부모는 아이에게 몸에 해로운 것을 가급적 먹이지 않으려 한다. 가공식품의 70% 이상이 어린이용이다. 20대 이상 미혼 젊은이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다. 한 끼를 먹더라도 건강한 식재료를 찾는다. 전 연령층에 고르게 유기농 수요가 많은 셈이다. 가족 수가 적은 만큼 대량 구매를 꺼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같은 점에 착안해 소비자가 마음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소규모 매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잡았다.
- 프랜차이즈 경쟁이 워낙 심해서 점포를 확대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유기농 생산자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소비자를 끊임없이 만나며 신뢰를 쌓는 데 주안점을 뒀다. 첫 부임했을 때 전국 가맹점이 240여 개였다. 두 달간 강원 태백과 전남 순천, 전북 군산, 부산, 울산 등 전국의 가맹점을 방문하느라 다닌 거리가 9500㎞였다. 서울-부산의 20배가 넘는 거리다. 지금도 새로 문을 여는 가맹점은 반드시 들러 직접 둘러본다. 가맹점 뿐 아니라 충남 홍성 등 초록마을과 결연한 생산지도 수시로 찾아 산지 고충과 애로사항, 품질 등을 체크한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경영진단을 내렸다 해도 결국 사람사이의 관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실패로 끝난다. 초록마을 같은 프랜차이즈 사업은 '소통'과 '상생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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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상생'을 강조했는데,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유기농 식품은 철저한 소비자 중심 시장이다. 일반 식품에 비해 비싼 만큼 '믿고 먹을 수 있는 신뢰'가 무너지면 끝장이다. 무엇보다 생산자와 구매자, 제조자, 판매자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 서로 한마음이 되지 않으면 유지되기 어렵다. '상생'은 필수적이다. 초록마을은 생산자의 품질 유지를 위해 현금결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선급금도 먼저 지급한다. 생산자가 자금 압박 없이 품질에만 전념해야 좋은 제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초록마을은 생산자와 거래가 10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많은데,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힘들다.
임직원들도 수시로 생산자와 접촉해 고충을 듣고 개선에 힘쓴다. 판매자인 가맹점주와 '갑과 을' 관계가 아닌 '평등'을 기반으로 교류하려 한다. 그럴 때 소통이 생기고, 상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다른 업체와 달리 가맹점을 처음 열 때 인테리어업체를 본사에서 지정하지 않고 가맹점주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 가맹점 어려움을 수시로 듣고 대처하는 일도 중요하다. 한번은 서울의 한 가맹점에서 소비자가 제품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괴롭힌 적이 있었다. "본사 사장 나오라"고 소동을 피운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갔다. 알고 보니 보상을 노린 블랙컨슈머였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원칙대로 대응했더니 곧바로 줄행랑을 쳤다. 가맹점과의 신뢰가 더욱 굳어진 계기가 됐다.
분기마다 1번씩 임직원들이 직접 가맹점 대청소를 하면서 교류하고 현장에서 애로사항을 듣는 등 소통에 힘쓰고 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있다는 '우문현답'이라는 말을 강조한다. 이런 사례 때문인지, 최근 프랜차이즈 가맹점 가입이 늘었는데 기존 가맹점주가 지인들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유기농식품은 품질관리가 쉽지 않은데,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유기농의 기준은 법적으로는 농약과 화학비료 등을 5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제품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면 7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아울러 반경 1㎞ 이내에 농약을 쓰지 않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에서도 수시로 검사하고 있지만 초록마을 자체 검사도 철저히 한다. 농산물 등 1차 생산물은 매일 초록마을 창고에 입고되는 물품 중 40가지를 무작위로 뽑아 농약 잔류여부 등 56가지 검사를 실시한다.
생산자가 단 한번이라도 규정에 어긋나는 제품을 공급할 경우 즉각 거래를 중단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원아웃'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달에 한 번 씩 공신력 있는 외부 검사 기관에 의뢰해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지난해 가공생산품을 포함한 전 제품을 외부기관에 정밀검사를 실시했는데, 한번은 가공 생산과정에서 포장지에 희미한 긁힘이 생긴 제품을 찾았다. 눈에 띄지 않았지만 완벽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취지에 어긋나 해당 제품 전체를 가맹점에서 수거, 폐기한 적이 있다. 생산뿐 아니라 가공품 포장지까지 '1류'를 지향하는 것은 소비자와 약속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유기농 시장 전망을 어떻게 보나? 경기둔화로 밝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현재 시장규모가 3조원 대 인데 5년 뒤인 2020년에는 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기농 식품시장의 성장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시장도 1997년 이후 해마다 20% 이상 성장해 지난해 420억 달러(46조1400억 원)를 기록했다. 웰빙한 삶과 먹거리 안전이 강조되면서 한국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초록마을은 1800억 원인 매출을 2020년에는 5000억 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매장도 380개(직영80개 포함)에서 700개로 늘리려 한다. 불황이라고 하지만 소비흐름은 빠르게 움직인다. 이런 흐름을 잘 읽으면 기회는 반드시 있다. '유기농 식품을 동네에서'라는 모토로 유기농 농산물과 축산물, 가공식품을 가까운 매장에서 판매해 전 국민이 건강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