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의 DNA는 끈질김…살아남아 강해졌다"

"스틱의 DNA는 끈질김…살아남아 강해졌다"

정리=김평화 기자, 박준식 기자
2015.04.13 06:28

[머투초대석]"5년래 10조원 운용자산 목표"…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투자는 투기가 아닙니다. 그 앞에서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란 무책임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만연해요. 우린 원래 강한 게 아니라 철저히 살아남아 강해진 겁니다."

지난 10일 서울 대치동 스틱인베스트먼트 본사에서 만난 도용환 회장의 투자 철학은 집행보다는 관리에 집중돼 있었다.

스틱은 벤처투자시장에서는 10년 전부터 이름이 유명했지만 PEF(사모투자) 업계에선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그런 회사에 한 중동계 국부펀드가 지난해 국내 최초로 1억 달러를 투자하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벤처의 제왕, 스틱이 지난해 결성한 4000억원대 그로쓰캐피탈펀드로 올해 시장을 폭격할 것이란 기대가 모아진 것이다.

도용환 회장은 그러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답을 내놨다. 그는 "16년 전 기관투자자들이 외면하던 벤처캐피털이 10년 만에 시장을 선도하는 운용사가 된 배경에는 투자관리의 신중함이 전제돼 있다"며 "전쟁터와 같은 시장에서는 강한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16년간 350개 국내외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해온 스틱의 눈은 국내와 같은 비중으로 해외를 향해서도 조준돼 있다. 2000년부터 해외 사무소를 가동해 5개국에 진출했고 토종운용사로는 유일하게 결성된 블라인드 펀드의 절반 이상을 세계 각국의 기관투자가로부터 끌어모았다. 도용환 회장은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해외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며 "스틱의 사시인 '투자보국'을 이제 본격적으로 실천하려고 뛰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스틱의 운용자산은 3조6000억원 수준이다. 5년 후 목표는 운용자산 10조원 돌파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도 회장은 "훌륭한 인재를 뽑고 이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면서 운용사를 세계 수준으로 키우려면 확실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며 "창업자의 숙명으로써 10조원 규모의 운용자산을 남기고 그 다음 과제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담=권성희 증권부장, 정리=김평화, 박준식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VC에서 시작해 PEF로 성장해오면서 특별한 투자 철학이 있습니까.

▶운용자산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작은 벤처기업에서 더 큰 기업 쪽으로 투자 대상이 넓어졌습니다. 상황 변화에 맞게 적응해온 거죠. 투자할 때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스타일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아닙니다. 투자가 실패하는 것에 대해 무서움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티끌 모아 태산’ 방식으로 투자합니다. 잘해 오다가 투자 하나 잘못하면 회사가 흔들릴 수 있으니 작게 시작해서 크게 모아가자는 생각입니다. 진화론에서도 나오지만 저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죠. 스틱의 16년은 티끌을 쌓아온 과정이었습니다.

-레버리지 없이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겁이 많아서요(웃음). 운용자산이 늘어나 바이아웃 투자를 시작했는데 바이아웃은 레버리지를 많이 쓰잖아요. 그래서 전문가한테 물어봤습니다. 예상대로 시장이 흘러가면 좋은데 거꾸로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답이 그렇습디다. 거꾸로 가면 그냥 두 손 털고 떠나는 거라고. 그건 무책임하지요. 벤처투자는 규모가 작은 기업에 여러 개 나눠 투자하니까 몇 곳에서 실패해도 다른 곳에서 성공하면 만회가 됩니다. 그런데 바이아웃은 규모가 커서 벤처투자만큼 리스크 분산이 잘 안 됩니다. 시장의 주목도 많이 받아서 하나가 실패하면 타격이 너무 큽니다. 하나 실패한 것만 보고 마치 망한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도 있고요. 그러니 레버리지는 되도록 안 쓰려 하는 거죠. 바이아웃은 지금 작은 기업 두 세개만 하고 있어요. 겁이 많아서 늘 작은 것부터 연습해 규모를 키워 가는 스타일이라 공부하면서 봐야죠.

-PEF들이 레버리지를 쓰는 건 수익률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는데요.

▶스틱은 레버리지 한 푼 안 쓰고도 높은 수익률을 내왔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꼼꼼하게 기업을 보겠습니까. 제가 돈을 다룬 세월이 33년입니다. 투자는 통찰력도 필요한데 그만한 세월이면 통찰력, 말하자면 ‘감’도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도 저는 직원들이 딜 추진할 때 못하게 막는 입장입니다. ‘감’이 많이 작용하는 ‘탑다운’ 방식을 위험하다고 생각하니 저부터 더 치밀하게 보려는 거죠. 기업 하나하나를 철저하게 분석하는 ‘바텀업’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산업계에서 오래 근무한 원로들을 채용해 자문도 구하고 있습니다. 각 산업의 전문가인데 저보다 나이 많은 분들도 있습니다. 이 분들 일부는 우리가 투자한 회사에 파견 나가서 경영을 돕고 있어요. 기업에 투자를 때는 그 산업을 잘 아는 분이 의견을 주고 투자한 다음에는 그 기업의 가치를 키우는데 도움을 주는 거죠.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투자할 기업을 고르는 기준이 뭔가요.

▶일단 상식으로 접근합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사업인지 보는 거죠. 가장 중요한 거는 투자할 회사의 업이 본질상 무엇이냐 따져 보는 겁니다. 이 회사의 전방과 후방, 산업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치 등을 점검합니다. 벤처 투자할 때부터 저는 기술을 모르니 기술은 직원들에게 맡겨 뒀습니다. 대신 저는 사람을 주로 봅니다. 경영자를 직접 만나 그 때까지 조사한 내용을 치밀하게 물어봅니다. 심층적으로 물어보면 거짓말이나 허술한 거는 다 드러나게 돼 있어요. 경영진이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봅니다. 저는 늘 원판불편의 법칙을 강조합니다. 한 번 사고 친 사람은 또 치게 돼 있다는 겁니다. 벤처 시절부터 쌓아온 노하우인데 잘 맞습니다. 당연히 스틱만의 투자 매뉴얼이 있고요. 또 하나, 투자를 결정할 때 견제를 중시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따져보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한 사람의 일방적인 의견으로 투자가 결정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중국 자본, PEF들이 한국에 많이 들어오는데 어떤 영향이 있나요.

▶한마디로 약간 무섭습니다. 자금력이 어마어마하니까요. 이미 국내 자금력이 달리는 분야가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게임 같이 한류가 강한 분야는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고요. 앞으로 투자할 기업을 두고도 중국 자본과 경쟁이 치열해질 겁니다. 중국이 국내 투자회사도 인수할 거고요. 이미 국내 PEF 투자는 비딩(입찰)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비딩 방식에선 아무래도 기업 가격이 올라가게 됩니다. 투자란 것이 좋은 기업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이익을 남기는 건데 비딩이 되면 기업을 싸게 사기 어렵죠. 스틱은 기업을 발굴해 투자해왔는데 자금이 풍부해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면 아무래도 투자할 기업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겠죠.

-해외 투자도 적극적으로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해외에 총 2억5000만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중국과 대만, 베트남에 총 2억달러, 미국에 5000만달러 규모입니다. 대만, 중국 상하이, 베트남에는 투자사무소가 있고 홍콩에도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년에 해외사무소를 유지하는데만 35억원 정도 드는데 평균 8년 정도 운영했으니 해외 사업에 공을 많이 들인 거죠. 일찍부터 한국에서만 자금 조달을 하고 투자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해외 펀드레이징과 투자를 준비해왔습니다. 대만에서는 스틱이 ‘큰 손’으로 유명합니다. 대만과 연계된 중국쪽 딜이 있으면 항상 우리한테 먼저 연락이 옵니다. 스틱이 투자하면 나머지를 대만 VC들이 들어오는 식입니다.

-5년 뒤 스틱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스틱에는 뚜렷한 미래 비전이 없습니다. 환경이 워낙 빨리 변하니 거기 적응해 살아남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스틱은 늘 변화에 재빨리 적응하는 카멜레온 경영을 해왔습니다. 다만 제가 스틱을 경영하면서 늘 강조하는게 있다면 세상에 떳떳해야 한다는 겁니다. 세상에 부끄러운 회사가 되면 안 된다는 거죠. 스틱의 사시도 ‘투자보국’입니다. 투자를 잘 해서 국가에 보답하자는 거죠. 앞으로 스틱에서 일하는 동안 바라는게 있다면 회사를 위해 일한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자는 겁니다. 그건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가 돼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제가 일하는 동안 운용자산을 10조원으로 키워보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평화 기자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