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해외펀드 과세개편의 '골든타임'

[우리가보는세상]해외펀드 과세개편의 '골든타임'

최석환 기자
2015.06.08 06:14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泰山)을 지나던 길에 무덤 앞에서 슬프게 울고 있는 여인을 만났다. 이유를 묻자 그녀는 "시아버지와 남편, 자식을 호랑이에게 잃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런데도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느냐"는 공자의 물음에 그녀는 "가혹한 정치가 없어서"라고 말했다.

중국 고대 유가의 경전인 예기(禮記)에 나오는 이야기다. '가혹한 정치(폭정)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의 유래가 된 이 일화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 최근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골든타임을 놓친 정부의 무능이 메르스 공포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첫 확진 환자 관리에 소홀하며 초기대응에 실패했고, 병원공개 등이 늦어지면서 메르스 괴담이 빠르게 유포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정부에 대한 질타가 거세지며,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이어지는 이유다. 신뢰를 잃은 정부가 폭정보다 무섭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정부가 메르스 사태처럼 골든타임을 놓쳐 정책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경우는 무수히 많다. 최근 들어 개편이 검토되고 있는 해외주식형펀드(해외펀드) 과세 문제도 마찬가치다.

해외펀드의 경우 매매·평가차익을 포함해 모든 이익이 배당소득(15.4%)으로 과세된다. 금융소득이 2000만원이 넘으면 근로·임대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해 금융소득종합과세(최고 41.8%) 대상이 된다. 반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국내주식 평가·매매차익은 과세대상에서 제외되고, 해외주식 직접투자도 양도소득세로 분리과세(22%)된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해외펀드에 대한 과세에 차별을 두고 있지 않은 것과도 대조적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취임 이후 "해외투자펀드에 대한 세제가 과도하게 불리하기 때문에 투자 촉진 차원에서 개편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해외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분리과세 등 해외펀드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이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규모는 전 세계 증시의 2% 수준"이라며 "갈수록 자산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에 세제 개편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환율방어를 위한 일시적인 해외펀드 세제개편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과거 2007년 당시에도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로 원화강세가 나타나면서 수출에 악영향을 주자 정부는 해외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외펀드 비과세를 도입한 바 있다. "환율 효과를 노린 일시적 과세체계 개편은 자본시장은 물론 과세 체계를 왜곡할 수 있다"며 "본래의 취지대로 국민들의 부를 축적하고, 노후 지원에 들어가는 재정부담을 덜기 위한 측면에서 세제 개편이 이뤄져한다"는 한 증권사 고위임원의 고언을 곱씹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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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환 기자

"위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던 셰익스피어의 말을 마음에 담고, '시(詩)처럼 사는 삶(Deep Life)'을 꿈꿉니다. 그리고 오늘밤도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 적어둔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덮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란 글을 곱씹으며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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