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성은 법규로 이끌면 이를 면하려고만 한다. 덕으로 이끌고 예로써 바로잡으면 스스로 바로 잡는다" 논어 제2편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 중 일부분이다.
엄격한 규제보다 덕과 예로써 백성들을 인도하고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백성들이 겉으로는 법규에 복종하지만 속으로는 반감을 가지면서 법 도입 취지가 퇴색되고 사회가 혼란에 빠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다.
"할 말은 많지만···" 최근 만난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말끝을 흐렸다.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을 축소하는 자율규제와 관련해서다.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다른 관계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그제야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에 사실상 발행 축소와 함께 관련 내용이 새나가지 않게 하라는 지침을 통보했다"며 "업계가 불만이 팽배하지만 금융당국 눈치를 보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증권업계에선 이달 시행을 앞둔 홍콩상하이항셍지수(HSCEI, 이하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 자율규제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감독당국이 증권업계에 발행축소 지침을 통보하면서 증권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자율규제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이달부터 H지수 ELS를 상환액만큼 발행하는 내용의 자율규제안을 시행한다. 단계적으로 증권사들의 H지수 ELS 발행 규모를 줄인다는 취지다. 내년 1월까지 매달 전달 상환액만큼 발행하고 내년 2월부터 매분기 전달 H지수 종가 평균을 세 단계로 나눠 각각 전분기 상환액의 70, 80%, 90% 수준까지 발행을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증권사로써는 발행 한도를 넘어서면 고객이 가입을 원해도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이번 규제안은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증권업계에 사실상 창구지도 방식으로 구체적인 규제 지침을 내린 것이다. 지난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와 금융투자협회 담당 임직원들에게 회의나 공문, 전화 등을 통해 발행 축소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규제안이 무늬만 자율규제일 뿐 금융당국의 타율규제라는 비난이 거세다. 금융당국의 강압적인 통보 방식도 문제라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특정 금융당국자들이 민간 증권사 임직원 등에게 산하기관에 지침을 내리듯 일방적으로 발행 축소를 통보했다는 불만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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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증권사를 비롯한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에선 금융당국의 일방적인 지침에 따른 자율규제가 여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금융투자 상품의 판매와 운용은 물론 광고 등에 폭넓게 펴져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증권업계의 자율규제에 대한 불만이 거세지면서 금융당국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가 다른 금융정책에 적극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공자의 말씀처럼 금융당국도 금융시장에 대해 규제보다 덕으로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