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익이 50% 늘어나면 뭐하나요. 적자계열사 지원에 1년 번 돈 다 쏟아붓는데…"
BGF리테일이 자본잠식 상태의 계열사 보광이천을 인수키로 한 데 대해 한 투자자가 한 하소연이다. BGF리테일은 편의점 지난해 영업이익이 47% 증가하면서 대표적인 성장주로 주식시장에서 각광을 받았지만 보광이천 인수 의향을 밝힌 이후 일주일 동안 주가가 30% 넘게 급락했다.
이같이 대기업집단 내 우량 상장사들이 부실한 계열사 지원으로 논란이 된 사례는 부지기수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엘리베이터다. 지난해 3분기까지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매년 실적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지만 현대상선에 발목이 잡혀 주가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앞서 현대상선 주식을 기초로 맺은 파생상품으로 큰 손실을 이어온 데다 최근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을 매수하고 현대상선에 자금을 대여하는 등의 직간접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아산 지분을 인수하면서 개성공단 폐쇄 여파를 받기도 했다. 한 기계업종 애널리스트는 "파생상품 악몽을 털어낸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대북주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이같은 대기업들의 '아픈손가락 챙기기'가 한국 자본시장에 대표적인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떠나는 이유기도 하다. BGF리테일의 경우 지난해 보여준 높은 실적 성장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지분 비중이 지난해 말 20%에서 30%(2월 3일)로 수직상승 했다. 그러나 보광이천 지분 인수설이 나온 이후 외국인이 40만주 넘게 매도하며 현재 지분비율은 28%로 낮아졌다.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주요 주주인 외국계 쉰들러홀딩스가 꾸준히 현대상선 살리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
계열사 지분 인수나 내부 거래 등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고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한 기업의 경영 판단일 수 있다. 그러나 사업적 협력 관계가 전혀 없고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열사에 대한 지원은 투자자들의 이해를 얻기 어렵다. 곪아가는 엄지손가락 챙기기에 새끼손가락만도 못한 투자자들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