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는 횟수 늘어" 현대증권 직원들 왜?

"술 마시는 횟수 늘어" 현대증권 직원들 왜?

최성근 기자
2016.03.28 16:30

[소프트 랜딩]29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불안한 현대증권 직원들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현대증권에 근무하는 A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모그룹인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 때문에 현대증권이 매각될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현대증권은 일본계 사모펀드인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매각을 위한 총 6510억원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었다. 그러나 오릭스가 현대증권 지분을 재매각할 때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위 '파킹딜(Parking Deal)' 논란이 일었고,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심사가 지연되면서 결국 오릭스의 자진 포기로 매각은 무산되고 말았다.

오릭스의 인수를 예상하고 일부 직원들은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준비를 했는데 뜻하지 않게 인수가 불발되니 모두들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말았다. A씨도 그 당시 일본어를 배우며 오릭스의 현대증권 인수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매각 무산 자체에 있지 않았다. 오릭스의 현대증권 인수가 무산되면서 오릭스측과 동조했던 현대증권 임직원들이 줄줄이 좌천된 게 더 큰 충격이었다.

그래서인지 현대증권의 재매각이 추진되는 요즘 현대증권 직원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오릭스의 인수 불발과 그로 인해 좌천된 동료들을 지켜본 그들은 정작 재매각 입찰이 진행이 되고 있지만 선뜻 어느 편에 서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자칫 줄을 잘못 설 경우 오릭스 매각 불발 때와 같은 좌천 인사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증권을 인수할 유력한 후보자로 꼽히는 곳은 바로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이다. 인수의향은 두 곳 모두 충분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부분은 현대그룹의 불확실한 매각 의도이다.

현재현대증권의 우선매수청구권은 현대엘리베이터에게 있다. 따라서 다른 후보자들이 현대엘리베이터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지 않는다면 현대증권은 현대그룹에 남게 된다. 그래서 시장에는 여전히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로 인해 현대증권 직원들은 매각이 어떻게 될 것인지 종잡을 수 없어 불안해 하고 있다. 현대그룹에 남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금융지주에 매각이 되는 건지 내부 직원들도 도저히 감을 잡을 알 수 없다고 하니 지켜보는 제3자도 답답할 따름이다.

이러한 때 요구되는 것이 바로 오너의 과감한 결단과 역할이다. 그러나 현재 현대증권 매각에 있어서 현대그룹 오너인 현정은 회장의 역할은 찾아볼 수가 없다. 현대증권 CEO인 윤경은 사장에게 매각을 전부 위임한 것인지, 아니면 회장을 위시한 그룹이 총괄해서 지시하고 있는 것인지 오리무중이다.

사실 이러한 결정은 1년 단위로 재계약이 결정되는 임원이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렇다면 오너가 직접 나서서 과감하게 현대증권을 팔고 그룹이 환골탈태할 것인지 아니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현대증권을 안고 갈 것인지 확실하게 용단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옳다. 그런데 현대증권 매각 과정에서 오너는 꼭꼭 모습을 감추고 있다.

자산규모 3조가 넘는 증권사의 매각과 더 나아가 현대그룹의 명운이 달인 매각 작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의 결단이 보이지 않으니 직원들로서는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앞서 오릭스의 사례를 지켜본 직원들은 현대그룹 편에 서야 할지 아니면 새로운 인수자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한 처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주 미래에셋증권이 뜬끔없이 현대증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직원들은 물론 관계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이는 하루만에 일대 해프닝으로 끝이 났지만 현대증권 매각 과정이 얼마나 불투명하고 불안한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직원들은 인수자가 누구인지에 따라서도 희비가 갈릴 수 있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만약 증권업을 주로 하는 한국금융에 인수될 경우에는 업무 중복 등의 사유로 현대증권 직원에 대한 대규모 감원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은행계인 KB금융에 인수될 경우 감원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증권 노조가 한국금융지주의 인수를 격렬히 반대하고 나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현대엘리베이터가 인수해 현대그룹에 남게 되더라도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를 비롯해 금융당국과의 마찰은 불가피하다. 그러면 설사 현대그룹에 남게 되더라도 현대증권은 향후 또 다른 외환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인지현대증권의 한 간부는 최근 부쩍 술 마시는 횟수가 늘었다. 어디로 인수될지 모르고 또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A씨도 요즘 같아선 어디에 가도 좋으니 제발 안정된 자리였으면 좋겠다고 하소연을 했다. 아마도 이는 A씨만의 하소연이 아닐 듯 싶다. 현대증권에서 오늘도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 모두 비슷한 심정이 아닐까?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면 자산이나 지분을 파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이나 필연적인 인력감축 역시 기업 구성원들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현대증권의 매각 과정에서 직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현대증권은 2015년 영업이익 2970억원으로 전년대비 648.5% 증가하며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자기자본 1조원 이상 11개사 중 순익 규모 4위에 해당하는 우량한 기업이다. 날로 치열해진 영업 경쟁 속에서 이런 호실적을 거두기까지 직원들은 불철주야 땀을 흘렸을 터이다. 그런 근로자들이 보상은 커녕 매각을 앞두고 오히려 과도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오는 29일 현대증권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 불안에 떨고 있는 현대증권 직원들이 이번 선정결과 발표 후 불안감에서 벗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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