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한은, 증권사 법인 지급결제 허용 논의 착수
"자본시장법 허용 근거, 기업금융 업무 확대 등 감안할 때 부당"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인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업무 허용 논의에 다시 착수했다. 법인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되면 해당 거래가 증권사간에도 가능해져 은행을 끼지 않아도 되고 급여통장의 증권사 설정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은행권이 지급결제 안정성 훼손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지난달부터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허용 방안과 관련해 실무협의를 갖고 리스크 관리 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실무자들이 세 차례 정도 만났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수시로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일시적인 법인고객 결제대금 부족 등에 따른 결제 불이행 등 리스크 관리 장치를 포함한 결제 안정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은은 입법권을 쥐고 있는 국회와 은행권의 공감대가 필요하고 세부적인 리스크 관리 장치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한국은행법에 따라 지급결제제도를 총괄 관리하고 감시하는 권한을 가진다.
금융위는 현재 빠르면 이달 말 발표 예정인 대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하는 초대형 IB(투자은행) 육성 방안에 법인 지급결제 허용을 포함 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형사들부터 허용한 뒤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전체 증권사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허용 논의는 2006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안(현 자본시장법)에 증권사의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조항(40조4항)을 포함시키면서 시작됐다. 이 법은 2007년 국회를 통과해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9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제정안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 은행권에서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허용에 지급결제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반대해 국회와 정부, 한은 등이 금융결제원 규약에 따라 개인에 한해 우선 자금이체 업무를 허용키로 합의했다.
금융위가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허용을 검토하는 건 자본시장 활성화와 법인고객에 대한 지급결제 편의성 제고 일환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법인지급 결제 허용을 위해 관계기관 TF(테스크포스)를 구성해 논의키로 했다. 이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6월 증권사들의 법인지급 결제 허용 요구에 대해 "연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은행권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 무산됐다.
업계에선 상위법인 자본시장법에서 법인 지급결제 허용 근거를 규정하고 있는데도 금결원의 하위규약이 이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증권사가 2009년 금결원이 개인에 이어 법인 지급결제 허용을 전제로 산정한 결제망 특별참가금 3375억원도 납부해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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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법 체계상 상위법에서 허용한 업무를 관련 법령이나 감독규정 등의 근거 없이 하위 규약으로 제한하는 사례는 없다"며 "특별참가금도 금결원이 법인 지급결제 제한을 반영하지 않고 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증권사의 IB 등 기업금융 업무가 확대되고 있는데다 금융에 I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한 핀테크와 크라우드펀딩 등 새로운 금융 제도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증권사들이 관련 기업의 계좌를 유치해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법인고객의 편의성을 제고한다는 제도 취지에 맞게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업무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어설명=법인 지급결제는 법인 자금이 지급결제망을 통해 지급되고 결제되는 것을 통칭한다. 현재 증권사의 경우 소액대량자금 이체 업무를 취급하는 CMS(자금관리서비스)공동망과 판매대금, 공과금 등 이체와 수납 업무를 취급하는 지로, 전자상거래 결제를 대행하는 PG(결제대행)시스템 등의 법인 지급결제 업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인터넷뱅킹 등 전자금융공동망과 점포 송금 등 타행환공동망, CD/ATM공동망 등의 법인 지급결제 업무는 은행연계망을 활용할 경우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