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외시장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

[기고]장외시장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

오무영 한국금융투자협회 증권·파생상품서비스본부장
2016.09.03 09:43

#대형 비상장기업(유니콘). 택시앱 우버(Uber)와 같이 기업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비상장기업을 유니콘이라고 하는데 미국에서만 170개가 넘는 유니콘이 활동하고 있다. 일부는 IPO를 통해 거래소에서 거래되지만, 나머지는 장외시장에 그대로 남아 자유롭게 활동한다.

#기업의 자본조달. 비상장회사인 에어비앤비(airbnb)는 작년 15억달러의 자금을 사모 주식발행으로 조달했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비상장기업들이 대출보다 주식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고, 최근에는 공모시장보다 사모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더 커지고 있다.

#상장주식의 거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주식은 어디서 거래될까? 놀랍게도 NYSE에서는 전체 주식의 50%만 매매되고 나머지는 대체거래소(ATS) 및 증권회사의 자체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들은 더 빠르고 더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몇 가지 사례에서 보듯이 해외 자본시장 트렌드는 ‘상장에서 비상장으로, 공모에서 사모로, 거래소에서 대체거래소’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런 변화와 혁신 속에서 자본시장의 양적·질적 발전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단일 거래소시장 및 공모 일변도다. 상장주식은 거래소에서 100% 거래되고 비상장 주식시장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아직은 우리 자본시장이 다양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수십만개 중소·벤처기업은 자금조달의 90%이상을 은행대출 및 정책금융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엔젤, 벤처, PE(사모펀드)자금으로 크게 성장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도 비상장기업들의 주식과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원활해지면 기업가정신과 혁신성이 높은 중소벤처기업이 더 많이 나타날 것이고 저성장함정에 빠진 우리경제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저금리시대 고수익 투자가 가능하다. 이것이 우리 자본시장의 미래를 장외시장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국내 유일의 제도권 비상장주식시장인 K-OTC(한국장외주식시장)는 하루 거래대금이 10억원 정도로 1조씩 거래되는 미국 장외시장에 비해 극히 미미하다. 투자자들은 사설 장외주식 게시판을 통해 비상장주식을 직접 거래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이 과정에서 불법 브로커에 의한 거래사기와 결제불이행을 걱정해야 한다. 최근 불거진 ‘청담동 주식부자’의 장외주식 사기거래는 국내 장외시장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정책적 관심과 지원 등을 통한 장외시장 활성화와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K-OTC처럼 제도화된 장외시장은 양도세를 면제하고 발행공시규제를 상장시장 수준으로 완화시켜야 한다. 또한 불법 장외거래에 대한 감시와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배구 여자국가대표팀에는 김연경이라는 세계최고의 공격수가 있다. 그러나 그녀의 강력한 스파이크로도 올림픽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원톱(one-top)의 한계였다. 우리나라도 거래소시장 하나로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자본시장으로 발전하기 어렵다. 이제는 해외처럼 장외시장을 거래소에 버금가는 시장으로 육성해 자본시장 발전을 견인해야 할 때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장외시장을 통해 성장자금을 지원받은 혁신벤처 기업들이 하나둘 유니콘이 되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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