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업계 "인수수수료 1000억원대 정체…PI투자로 활로 모색"
공모시장 규모가 수년째 정체되면서 주요 증권사를 중심으로 ECM(주식자본시장) 부서 내에서도 PI(자기자본투자) 수익이 IPO(기업공개) 수수료 수익을 앞서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시장 하락으로 전반적인 공모규모가 축소되면서 주요 증권사 ECM(주식자본시장) 부서를 중심으로 IPO보다는 PI에 주력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인수 및 주선수수료만으로 매년 올라가는 KPI(핵심성과지표) 실적치를 달성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PI 비중이 매년 상승하는 구조다.
한국투자증권의 ECM 업무를 맡고있는 IB1본부는 지난해 실적목표치의 60% 이상을 PI 투자로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PI투자 수익이 전체 본부 목표치의 60~7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19일 상장한에이비엘바이오(189,700원 ▼600 -0.32%)(ABL바이오)를 통해 인수수수료 40억5000만원 외에도 실권주 인수로 인한 차익 13억6000만원, 구주매출 차익 등을 벌어들였다. 올해 상반기에도 관계사인 한국투자파트너스를 통해 일부 수익을 회수하는데 성공했다.
관계사인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한국투자글로벌제약산업육성 PEF(사모투자전문회사)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ABL바이오 지분 12.34% 중 3.94%(170만주)를 지난 4월 10일 평균 단가 3만5391원에 블록딜로 처분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의 ABL바이오 평균 투자단가는 1728원으로 해당지분에 대해 약 572억원의 투자수익을 확정했다.
올 상반기 상장주관 실적 1위 증권사인 NH투자증권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한 수익 확대에 적극적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지누스의 1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물량을 전액 인수했다.
이번 CB의 만기 이자율은 3%로 발행어음 조달 비용(2.5%)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상장 후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실상의 프리IPO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CB 전환가격은 5만원으로 지누스는 K-OTC에서 이미 7만원대 이상에 거래가를 형성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ECM 부문의 비상장회사에 대한 투자규모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선 PI 투자 규모 확대에 따른 이해상충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상장기업의 정보를 빠짐없이 취득할 수 있는 상장주관사가 상장 1~2년 전에 사전투자를 단행하면서 향후 공모가도 결정하기 때문이다. 축구로 치면 '선수'와 '심판' 역할을 시차를 두고 동시에 수행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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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업계 ECM 부문이 전통 IPO 업무를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인수수수료 수익은 1000억원 안팎으로 고정돼 있다"며 "자체 PI 규모가 증가하거나 회사 내 유관부서와의 업무연계가 중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초기기업 위주에 투자하며 10배 이상 수익을 목표로 하는 전문 투자부서와는 달리 향후 1~2년 내에 상장이 가능한 종목이 주요 대상"이라며 "ECM 업무와 연계해 상장 완료 전까지 자금조달에 제한을 받는 기업들에 우선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