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지주사한진칼(123,000원 ▲2,400 +1.99%)을 둘러싼 총수일가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그룹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가족 간, 외부 세력 간 치열한 합종연횡이 펼쳐지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불리해 보이는 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다. 누나인 조현아 전대한항공(24,250원 ▼350 -1.42%)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과 연합군을 결성하며 우호 지분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다른 가족은 물론 기관과 개인, 외국인 투자자 지분을 최대한 끌어들여야 하는 처지다. 특히 기관의 의결권 행사에 큰 영향을 주는 외부 자문사 결정이 중요해졌다.

조원태 회장 대(對) 조현아·KCGI·반도건설(32.06%) 구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 회장(6.52%)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동생 조현민진에어(6,420원 ▲60 +0.94%)전무(6.47%) 지분의 행방이다.
현재 어느 쪽도 절대 지분을 확대하지 못한 상황이어서다. 이 고문과 조 전문가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표 대결의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이번 경영권 갈등이 조 회장 남매의 '효심 대결'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아직까지는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회장 쪽에 보다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음 달 주총을 앞두고 이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확실치 않다. "반도건설을 끌어들인 건 이명희",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는 조현아 전 부사장과 이미 돌아섰다" 등의 상반된 '카더라 식'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만약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현아 전 부사장과 함께 KCGI 쪽으로 돌아선다면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지킬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다른 중요한 변수는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 투자자다. 아직 주주명부가 확정되지 않아 다음 달로 예정된 한진칼 주총에서 기관들이 얼마만큼의 의결권을 행사할지 알 수 없다. 다만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가진 한진칼 지분은 3.45%로 파악된다. 크레디트스위스도 2018년 11월 3.92% 지분을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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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기관 지분에 큰 변동이 없다면 외부 의결권 자문사의 분석이 매우 중요해진다. 기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과 외부 자문사 의견 일치율은 90% 이상으로 전해진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본부장은 "보통 주총 1주일 전에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에 의견을 보낸다"며 "경영인의 책임이나 법적 결격 사유 등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KCGS에 따르면 현재 한진칼에 대한 기업지배구조 등급은 'C'다. 지속가능 경영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경영진 일탈 등으로 주주 가치 훼손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결국 조원태 회장이나 KCGI 측이나 외부 자문사의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더 나은 지배구조 개선이나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조원태 회장이나 KCGI 측은 주총을 앞두고 외부 자문사나 기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을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지난 1년간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조 회장 측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며, KCGI는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은 이유를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진칼 주총에서는 전자투표제가 도입될 가능성도 크다. 전자투표제란 직접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온라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조 회장과 3자 연합 모두 전자투표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더 많은 개인 투자자를 얻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셈이다 한진칼 개인 주주 지분은 약 30%다.
개인 주주로서는 배당 확대나 기업가치 상향 등 주가에 유리한 방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황 교수는 "최근 조 회장이 신종코로나 사태를 피하려는 중국 우한 교민을 태우기 위해 직접 전세기를 탄 것도 일반주주에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한 일환 아니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