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안이나 루시드 모터스에 투자하신 분이라면 요즘 아마 잠 못 이루는 밤이 늘었을 것 같은데요. '제2의 테슬라'라 불리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종목인데 최근 며칠간 주가가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이죠.
주가가 떨어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리비안과 루시드의 실적을 살펴보고 주가 반등을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투자포인트는 어떤지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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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안은 전기 픽업트럭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을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지난해 11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는데, 상장 하자마자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어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차 한 대 생산한 적이 없던 회사인데 가능성 하나로 시장에서 100조원이 넘게 평가받은 거였죠.
하지만 이후 주가는 곤두박질 칩니다. 상장 이후 최고 179달러까지 갔던 주가는 현재 38달러 선에 머물고 있는데요. 최고점 대비 거의 5분의 1토막 난거죠.
우선 실망스런 실적이 주가 하락에 한 몫 했는데요.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54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6054만달러에 조금 못 미쳤고요. 주당 순이익(EPS)은 -2.43달러로 시장 예상치(-1.88달러)를 밑돌았습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 나오면서 지난 11일 주가는 7.56% 급락했습니다.
4분기를 포함한 지난해 총 매출은 5500만달러였습니다. 영업손실은 24억54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배 가량 적자폭이 커졌고요.
대부분 성장 기업을 보면 사업 초기 어느정도 적자는 불가피합니다. 투자할 데는 많은데 당장 매출이 나오는게 아니다보니 적자는 어찌보면 당연한데요. 투자자들도 이런 점은 감안해 투자합니다. 지금은 적자폭이 커지더라도 미래 이익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면 과감히 투자하는 거죠.
이런 점에서 리비안의 주가 하락은 단순히 적자 규모가 커졌기 때문만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요. 지금도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공급망 병목현상과 인플레이션 문제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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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차질로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업종 중 하나가 자동차 산업입니다. 자동차에 들어갈 반도체 칩이 없어서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데요.
리비안도 올해 생산 목표치를 당초 5만대에서 2만5000대로 확 낮춰 잡았습니다. 사람들이 성장 기업에 가장 기대하는 게 '성장'인데, 이 성장이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투자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친거죠.
또 한가지 문제는 인플레이션입니다. 코로나19 시국을 거치면서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곡물 가격까지 폭등하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의 생산 비중이 높은 니켈은 하루에 68% 폭등하는 기록을 쓰기도 했는데요. 니켈은 전기차에 꼭 필요한 배터리의 핵심 소재입니다. 니켈 가격이 오른다는 건 전기차 회사 입장에서 원가 부담이 크게 높아지고 마진율이 떨어진다는 얘기죠.
리비안도 지난 1일 원자재 값 인상 등을 반영해 차량 판매 가격을 20% 인상한다고 발표했는데요. 보증금을 걸고 사전예약했던 구매자들까지도 인상된 가격을 소급 적용하겠다고 하면서 엄청난 역풍을 맞습니다. 예약 취소 사태가 벌어지고 주가도 폭락하니까 부랴부랴 사과하면서 기존 예약 고객에게는 인상 가격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진화에 나선거죠.
가격 인상 여파는 지금도 이어지는 중입니다. 인상된 가격 기준으로 상위 모델 가격이 R1T(픽업트럭)는 8만5000달러, R1S(SUV)는 9만달러입니다. 반면 이 시장에서 최고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은 4만~7만달러 정도로 예상되는데요. 치열한 전기차 시장에서 신생 기업 리비안이 이렇게 비싼 가격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나오는 거죠.
정리하자면 지금 리비안의 주가 하락 원인은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이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는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은데요.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반도체 공급 부족 때문에 올해 전 세계적으로 109만대 가량의 차량이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1080만대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졌던걸 감안하면 올해는 좀 나아질 거란 전망이지만 지금도 생산 차질 대수가 계속 늘고 있어 상황을 낙관할 수는 없습니다.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인데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공급망 문제는 여전한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니 인플레이션 잡기는 더 어려워 진거죠.

리비안에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이 어려운 시기를 버틸 수 있는 현금이 아직 충분하다는 겁니다. 지난해 IPO(기업공개)를 하면서 132억달러라는 엄청난 자금을 조달했는데요.
덕분에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약 184억달러(약 22조8000억원)를 확보했습니다. 지난해 현금 순유출이 약 26억달러 였는데, 앞으로 설비투자 등으로 매년 현금 순유출이 2배씩 늘어난다고 가정해도 2024년까지는 버틸 체력이 있습니다.
관건은 현금이 다 떨어지기 전에 흑자전환을 하는 건데요. 그렇지 못하면 추가로 유상증자를 하거나 채권을 발행해서 자금을 더 조달해야 합니다. 유상증자를 하면 주식 가치는 희석되고 채권을 발행하면 부채비율이 올라갑니다. 여러모로 주가에는 안 좋은 영향을 미치죠.
미국 뉴욕의 금융 중심지인 월가에서는 리비안의 실적 발표 이후 목표주가를 대거 낮췄습니다. 웨드부시는 130달러에서 60달러로, 웰스파고는 70달러에서 40달러로 조정했고요. 미즈호(145→100달러) 울프 리서치(130→78달러) 파이퍼 샌들러(148→130달러) 로버트 W. 비어드(100→84달러) 등도 목표가를 낮췄습니다. 공급망 이슈 등으로 인한 성장 침체 우려를 부정적 요소로 본거죠.
긍정적인 시각도 있는데요. 도이치방크의 에마누엘 로스너(Emmanuel Rosner) 애널리스트는 "리비안의 가격 인상 발표에도 예약자 수는 7만1000에서 8만3000명으로 늘었다"며 "회사가 사업계획을 잘 이행한다면 대형 전기차 업체가 될 잠재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루시드도 리비안과 상황은 비슷합니다. 지난해 스펙(SPAC) 합병으로 상장한 이후에 주가는 최고 50달러를 상회했는데요. 지금은 20달러 초반을 맴돌고 있습니다.
원인은 마찬가지로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이션입니다.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서 루시드 역시 올해 생산 목표를 2만대에서 1만2000~1만4000대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후속 모델로 준비 중인 SUV(Project Gravity) 출시도 2024년 이후로 미뤘고요.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커지면서 적자는 급격히 늘어나는 전형적인 성장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은 2700만달러로 전년 대비 578% 늘었고요. 반면 순손실은 25억8000만달러로 적자폭이 3배 이상 확대됐습니다.
지난해 IPO로 자금을 조달한 덕분에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2억6300만달러를 확보했습니다. 공장 증설 등을 위한 투자비 걱정은 당분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현금이죠.

관건은 리비안과 마찬가지로 하루빨리 대량생산 체계가 자리잡아서 흑자전환을 이루는 겁니다. 루시드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연 3만4000대 규모의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는데요. 올해 사우디에 연 15만대 규모의 공장을 지을 계획이고요. 중국과 유럽에도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여러 악재 때문에 주가가 고전하고 있지만 계획대로 증설과 생산이 잘 이뤄지고 빠르게 흑자전환에 성공한다면 테슬라처럼 10배, 20배 이상 오를수도 있겠죠. 반대로 적자가 이어지고 현금이 바닥나서 유상증자나 추가 채권발행을 해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주가는 지금처럼 계속 출렁일겁니다.
월가에서는 루시드 실적 발표 이후 목표주가를 크게 조정했는데요. 시티그룹은 57달러에서 45달러로, 모건 스탠리는 16달러에서 12달러로 목표가를 낮췄습니다.
※머니투데이 증권 전문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에 오시면 리비안, 루시드에 관한 더 자세한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