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자 신고 수리 업무하던 금감원 4급 수석이 지금은 종합검사를 받는 코인거래소를 위해 일하면서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참 웃기지 않나."
최근 만난 가상자산 거래소의 한 직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며 한 말이다. 작년까지만해도 금감원 자금세탁방지실에서 근무하며 금융위와 함께 신고수리 현장컨설팅, 서류검토, 지적사항 보완조치 등 왠만한 실무를 직접 한 A직원 이야기가 업계 소문이 난 터다.
A직원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 업무를 마무리하고 사표를 내더니 2달 만에 김앤장 로펌으로 출근하고있다. 금감원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토대로 다양한 업무를 맡을수 도 있겠지만 가장 최근 A직원이 목격된 건 금융정보분석원(FIU)와 금감원의 코인거래소 종합검사 현장에서다. 그는 4월 종합검사를 받았던 한 코인거래소의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로펌소속 직원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금감원 팀장이 코인거래소로 이직할 땐 최소 2년간 연관업무를 하지 않은 경우만 조용히 옮겼다. 하지만 본격적인 종합검사가 시작된 3월부턴 해당업무를 불과 한두달 전까지 직접 수행하던 팀장이나 선임직원을 로펌이 데려간 뒤 현업에 투입시키는 모양새다. 좀 더 노골적인 영입이면서도 로펌이라는 '안정장치'를 만든 셈이다.
이를 지켜본 20대 후반의 가상자산 거래소 직원은 "개발자들끼린 시스템 좋고 기술력 좋으면 언젠가 '펑~' 하고 터질꺼라 굳게 믿고 일해왔는데 최근 '실력대로 되는 세상이 아닌가' 싶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가 새로운 법과 제도화의 길을 배워나가고 있는데 전관이나 로펌을 통한 '꼼수'가 먼저 통하고, 자력으로 준비하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상황을 지켜보며 검사들이 주인공인 영화 '더킹' 의 한 대사가 떠올랐다. 영화 속 부장검사 한강식(정우성)이 로펌으로 이직한 검사 선배를 만나 한 말이다. "우리가 무서우니까 로펌에서 검찰 출신만 찾는 거고, 형님도 그 연봉 받는 거잖아." 서초동의 화법이 검찰이라면 여의도의 화법은 금감원이다. 가상자산 사업자 뿐만아니라 자산운용사, 은행, 증권사 종합검사도 줄줄이 예고된 상황에서 "우리(금감원)'가 무서우니까 로펌이 금감원출신만 찾는거잖아!"라는 말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