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원그룹이 시장에서 쌓아올린 명성과 평판이라는 게 있다. 이번 합병은 그것을 다 무시한 결정이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는 법이다. 동원그룹은 소액주주에 대한 최소한의 상도덕조차 지키지 않았다."
동원산업이 동원그룹의 비상장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을 발표한 뒤 소액주주와 펀드매니저의 신랄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동원그룹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시장의 비난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합병공시에 따르면 동원산업의 기업가치는 9100억원, 동원엔터프라이즈는 2조2000억원으로 각각 산출됐다. 주식시장에서 동원산업의 장부가 대비 현 주가(PBR)는 0.6배에 그치는 저평가였다. 동원그룹은 이를 시가로 적용해 소액주주에 불리한 합병비율을 산출한 것. 동원산업 가치를 후려치고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부풀려 대주주에 유리하게 한 셈이다.
헤지펀드 전문 블래쉬자산운용에 따르면 공시 비율대로 합병하면 최대주주인 김남정, 김재철 지분율은 각각 3.92%, 1.41%씩 증가하고 금액 기준으로는 최소 1469억원의 이익(지분가치 증가)이 예상된다. 반면 소액주주 지분율은 4.54% 감소하고 약 1251억원의 손실을 입는다.
동원그룹의 이런 행태에도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침묵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만 유일하게 "전형적인 승계 목적의 합병으로 합병 기준가액 산정시 공정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용기있는 보고서를 냈다.
최 연구원은 동원산업의 저평가가 문제지만 동원엔터프라이즈를 고평가한 점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안타증권이 평가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기업가치는 1조1400억원으로 동원그룹측의 평가(2조2000억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원양어선 선원에서 출발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50여년간 세계 1위 참치 원양어업 기업 동원산업을 일궈내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지금은 동원그룹이 시장에서 축적한 명성과 평판, 그런 게 과연 있었던가 의문이 든다. 동원그룹은 "명성을 구축하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망가뜨리는 데는 5분이면 된다"는 버핏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