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혼돈의 시대일수록

[기고] 혼돈의 시대일수록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
2025.02.10 04:30

10년에 한번 있기도 어려운 일이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에서 합리적 투자 전략을 제안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저 파도에 휩쓸려 정처없이 떠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맞든 틀리든 이를 해석하고 나름의 전망을 갖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상황을 정리해보자.

첫째, 글로벌 기준 가장 큰 리스크는 미국 보복 관세 문제이다. 첫번째 관세 부과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지난 수년간 대미 무역흑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국가이다. 특히 캐나다가 그렇다. 그런데 캐나다 대미 수출 1등 품목은 원유이고 이는 미국 정유사들의 필요에 의해 수입됐다. 미국은 자국내 원유만으로 정제 설비를 가동할 수 없고 과거 수입국이던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제재로 수입이 어려워 증가한 것이니 미국의 필요에 의한 것이 맞다. 캐나다는 한가지 더 억울한 것이 있다. 캐나다 원유는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대비 배럴당 20달러 내외로 낮게 거래됐고 수혜는 미국만 누려왔다. 캐나다에 대한 관세가 미국 소비자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나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진행하는 것이니 예외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대미 무역 흑자 증가 상위국이고 주요 흑자 품목은 자동차, 기계장치 등이다.

둘째, 중국 딥시크 AI로 인한 미국 기술주에 대한 우려이다. 제본스의 역설(Jevons's Paradox)은 기술 진보나 정부 지원이 자원 사용의 효율성을 증가시키지만, 이는 비용 하락으로 이어져 사용이 확대됨에 따라 자원 사용 총량은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확인된다. 자동차 연비,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이 그렇다. 딥시크 주장처럼 낮은 비용과 저사양 GPU(그래픽 처리장치)로 AI 구현이 가능하다면 이를 도입하고자 하는 노력은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의 AI 도전이 스푸트니크 충격으로 느껴지겠지만, 일본의 진주만 공습 충격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기습공격을 당했지만, 전열을 갖추어 압도적인 물량 공세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체에 대한 시각은 우려보다는 낙관적 전망이 합리적이다.

셋째, 신재생 등의 환경관련 산업의 위축이다. 트럼프는 화석연료주의자이다. 이게 가능한 것은 미국이 세계 1위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국이고 비용 측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시절 금지된 미국의 LNG(액화천연가스) 수출 제한을 철회하고 신재생 전환 단계에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천연가스 수출 증대에 나설 것이다. 이를 통해 친환경이라는 명분과 무역적자 개선이라는 실리를 모두 확보할 수 있다. 신재생 산업에 긍정적일 리 없다. 그런데 한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트럼프가 신재생 투자에 관심이 없더라도 미국 기업의 RE100 정책은 유지되기에 탄소배출권 확보 수요는 증가하고 신규 공급량 제한되어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트럼프 집권 후반기 신재생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 필요성이 있다.

국가의 시총 1위기업은 글로벌 기준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 또는 중요하나 부족한 자원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기업이 된다. 2000년 전 후 미국 시총 1위는 GE였고 2005년부터 2011년에는 엑슨모빌이었다. 이 시기 미국 원유 수입량은 역사상 가장 많았다. 2012년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애플을 중심으로 한 IT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시총 1위는 2020년 코로나 시기 텐센트가 1위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면 언제나 국영에너지 기업(페트로차이나/CNOOC/SINOPEC 3사 합산 기준)이다. 중국이 가장 부족한 것을 독점 공급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소비량 중 석탄 의존도가 절반 이상인 중국이 향후 석탄 소비를 줄일수록 에너지 비용은 증가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산업 경쟁력이 미국보다 우위에 설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의 시총 1위는 IT기업이고, 앞서 언급처럼 이 산업은 미국의 전략 및 방향성과 그 궤를 같이할 것이다. 흔들림은 있겠으나 투자에 있어 큰 틀의 변화를 줄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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