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한국증시 새 지평 (上)
-정책 기대감이 이끈 '사천피'…기업실적·정책일관성 받쳐주면 '오천피' 가능

대한민국이 코스피 4000시대를 연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실행력, 풍부한 유동성,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맞물려 이뤄낸 성과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5일 전일대비 2.5% 오른 3941.59에 마감했다. 장중 3951.07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제 4000선까지는 단 58.41포인트(1.48%) 남겨두게 됐다. 연일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쓴 기세를 보면 '사천피(코스피 4000)' 시대는 시간문제다.
''사천피 시대' 개막의 일등 공신은 정부의 증시활성화 정책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 만에 외부 일정으로는 처음으로 한국거래소를 찾아 불공정거래 엄단을 지시하는 등 역대 대통령 중 자본시장 활성화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증시 친화 정책도 일사천리로 법제화했다. 정부·여당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고 전자주주총회를 도입한 1차 상법개정에 이어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골자로 한 2차 상법개정안을 차례로 통과시켰다. 지금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모두 일반주주를 보호하고 주주 환원을 강화하는 정책들이 담겼다.
금융당국은 이 대통령의 지시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행위 초동 대응과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지난 7월 출범했다. 불법이익 의심계좌 우선 동결조치, 부당이득의 최대 2배 과징금 부과, 금융투자상품 거래·임원선임 제한, 신상공개 등 불공정거래를 엄단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마련했다. 대책 발표 두달 만인 지난달 불공정거래 사건에 부당이득의 2배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했고 1000억원대 주가조작 세력을 조기에 적발해 재산을 동결하기도 했다.
때마침 국내 주요 산업 사이클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미국의 조선업 육성 정책, 대형 원전 프로젝트 추진과 지정학적 불안 확대 등으로 상반기 조·방·원(조선·방산·원자력주)이 지수 상승세를 이끌었다. 하반기부터는 AI(인공지능) 수요 확대로 반도체 산업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확산되며 시가총액 비중이 큰 반도체주들이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
아울러 잇따른 주요국 금리 인하로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졌다. 유동성은 금과 원자재, 주택 등 실물자산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고, 미국 다우지수와 일본 닛케이225 등 주요국 주요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투자자는 지난 5월 이후 이달(24일 기준)까지 국내주식을 6개월째 순매수(매도보다 매수가 많은 것)했다. 최근 6개월간 외국인은 21조원 규모로 한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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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도 투자대기 자금을 쌓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국내 주식시장의 개인 신용융자잔고는 24조419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25조6540억원)에 다가서고 있다. 신용융자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후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으로 국내 투자 분위기를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0일 80조6257만원을 기록하며 이미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 5000피 남은 과제, '기업실적' '정책일관성'에 달렸다

이제 이 대통령의 공약인 '코스피 5000시대' 진입 여부는 기업 실적과 정부 정책의 지속성에 달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유동성 장세가 국내주식 시장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5000포인트를 향해 가기 위해선 국내 경기와 기업 실적개선 등 펀더멘탈 요인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이를 위해 정책지원과 외교 이슈 해결 등을 통해 수출·내수가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했다.
김재상 우리투자증권 강남금융센터장도 "관세 변수와 환율은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또 "다음달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이 최초 안인 35%가 아니라 (시장 기대치인) 25% 수준으로 낮아질 경우 순환매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며 "주도주에 이어 중형주까지 순환매 흐름이 이어질 경우 지수가 폭발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0·15 부동산 정책으로 부동산 거래가 묶이면서 자금이 어느정도 자본시장으로 흘러 들어왔다고 추정한다"며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 머니무브를 유도하려면 정부의 증시부양 정책을 일관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스피 4000시대' 이끈 종목들

국내 증시의 호가창(오더북)은 빨갛게 익은 가을이다. '조방원(조선·방산·원자력발전)'과 '금반지(금융·반도체·지주사)' 등 업종이 돌아가며 '불장'(불같이 뜨거운 장세)을 펼치고 있다.
◆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불기둥'
최근 코스피 상승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십만전자'까지 1200원 남겨두고 있고, SK하이닉스는 '50만닉스'에 이미 도달했다. 반도체 업종은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다양한 메모리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서버용으로 사용되면서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마이크론을 제외하면 경쟁사가 없다는 점에서 실적 성장이 가시화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각각 585조원, 371조원으로 합산액은 1000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코스피 시총은 지난 24일 장 마감 지수(3941.59포인트) 기준 3242조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비중은 29.4%에 이른다.
김동원·강다현 KB증권 연구원은 "HBM 중심의 투자 집행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간 D램의 공급 증가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2026~2027년 D램 시장은 심각한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장기 실적 가시성 확대로 이어져 향후 밸류에이션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조방원'이 끌고 '금반지'가 밀고…새정부 기조에 투자자 '好好'
'조방원'은 올해 증시 강세의 트리거(방아쇠)였다. 코스피가 지난 6월 '박스피'를 벗어나 3000선을 돌파하는 데 혁혁한 역할을 했다.
조선 업종은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논의되면서 관세 협상 무풍주로 주목받았다. 한화오션 주가는 올들어 262% 상승했다. 방위산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무기 수요가 확대되면서 국내 주도산업으로 성장했다. 방산 선도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올들어 210% 올랐다.
원전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친원전 기조와 인공지능(AI) 붐으로 전 세계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상승하고 있다. 조단위 부채로 지난해까지 2만원을 넘기기 어려웠던 한국전력의 주가는 지난 24일 장중 4만52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금반지'를 연말까지 남은 기간 투자 키워드로 거론하고 있다. 배당주로 주목받는 금융, 자회사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지주 등 종목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한지주는 지난 21일 7만7300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KB금융은 지난 24일 11만3800원을 기록해 4월 9일 52주 신저가(6만9300원) 대비 64.2% 올랐고, 하나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5만1500원에서 9만7100원으로 상승했다.
지주사인 두산은 올들어 지난 24일까지 214% 올랐다. 같은 기간 한화는 252%, HD현대 129.3%. SK 80.6%, GS 25% 등 일제히 상승했다.
◆ 증시 활황에 증권사 최고 수혜
코스피 상승장에서 최고 수혜자는 단연 증권사다. 지난해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증권사 실적 개선에 1등 공신이었다면, 올해는 국내증시로 복귀한 '동학개미'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영업이익이 1조147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8.1% 증가했다. 국내 증권사가 반기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사례는 처음으로, 연간으로는 영업이익 2조원 달성이 무난할 전망이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을 자회사로 둔 한국금융지주는 증시에서 연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등 다른 주요 증권사도 실적 호조에 힘입어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 장 마감 기준 KRX증권 지수는 지난해 말 종가 대비 112.38% 상승했다. 상승률은 업종지수 가운데 KRX기계장비(117.16%)에 이어 2위다.
-코스피, 6개월만에 75% 상승 '기록적'

코스피(KOSPI) 지수는 2021년 1월6일 처음으로 3000을 넘어섰다. 이후 답답한 '박스피' 장세를 펼치다 4년10개월여 만에 4000선을 앞두고 있다.
1956년 3월3월 대한증권거래소로 출범한 주식시장은 1983년 1월4일 처음으로 한국종합주가지수인 코스피를 출발시켰다. 증권 전산화가 이뤄진 영향으로 이전까진 수신호 방식의 거래를 했다.
수치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있는 회사의 시가총액을 기준시점과 비교해 산정했다. 1980년 1월4일을 100으로 기준을 세우고 이를 소급한 122.52가 코스피의 첫 기록이다. 거래종목은 12개였다.
코스피가 4자릿수로 올라서는 데는 6년의 세월이 걸렸다. 증권거래소가 출범한 시점까지 고려하면 43년만이다. 1989년 3월31일 처음으로 1000선을 돌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85년 7월부터 1989년 4월까지 46개월은 130에서 1000으로 670% 상승한 기록적인 구간이다. 저유가, 저금리, 저환율의 이른바 '3저 현상'을 등에 업고 금융, 건설, 무역 3대 업종이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이 기간 금융은 100배 상승했다.
2000선에 도달하는 데는 18년 3개월이 소요됐다. IMF 외환위기를 맞은 1997년 말 376을 기록하며 연쇄도산의 패닉에 빠졌고 이듬해인 1998년 6월 280까지 주저앉은 여파가 컸다.
2000년 닷컴 위기론, 2001년 9·11 테러, 2003년 이라크전쟁를 거치면서 바닥을 다진 코스피는 2005년부터 불기 시작한 적립식 펀드 붐과 퇴직연금제도 도입, 황우석 신드롬 등 바이오 열풍에 힘입어 2007년 7월25일 2000에 도달했다. 2004년 8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40개월 동안 코스피는 720에서 2063으로 180% 상승했다.
하지만 이듬해 코스피는 내리막을 탔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 글로벌 금융위기로 여파로 938까지 추락했다. 바닥을 경험한 코스피는 10년간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2017년 2500선을 넘어섰지만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1400대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회복은 어떤 시장보다 빨랐다.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 경기회복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2021년 1월6일 3000을 돌파했다. 2000에 도달한 지 13년 5개월 만이다.
코스피 4000은 역대 최단기간 1000단위 돌파다. 3000을 기록한 지 4년10개월이면 충분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주가 상승은 기록적이다. 대선 직전인 지난 6월2일 코스피는 2698을 기록했는데 4000까지 5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사태로 지난 4월9일 2284까지 밀렸던 점을 고려하면 6개월 상승폭(75%)은 믿기 힘든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