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공모주 시장에 훈풍이 부는 가운데 삼성증권이 주관사로 참여한 IPO(기업공개)에서 국내 투자자들에 대한 미확약 물량 배정을 사실상 배제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만 몰아주는 사례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기관투자자에게 배정된 미확약 물량은 국내 기관투자자 대비 많게는 100배 이상 높은 수준인 경우도 있었다. 삼성증권은 기관투자자에 대한 물량 배정을 주관사가 여러 요인을 고려해 결정했단 입장이지만 국내 기관투자자를 차별한다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13일 금융감독원 DART(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삼성증권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주관한 IPO 기업에서 해외 기관투자자에게 미확약 청약 물량 배분이 국내 기관투자자 대비 월등히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확약 물량은 IPO로 배분된 주식 중 일정 기간 팔지 못하는 보호예수 기간이 설정되지 않은 주식을 의미한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이 대표 주관해 지난해 12월 상장한 알지노믹스(148,000원 ▲6,000 +4.23%) IPO에서 미확약을 조건으로 청약한 해외 기관투자자의 물량은 5263만4660주였다. 이 가운데 실제 배정 물량은 25만5900주로 청약물량 대비 배정비율은 0.49%였다.
반면 국내 기관투자자는 미확약으로 2억8461만3454주를 신청하고도 1만18주를 배정받는데 그쳐 배정비율이 0.01%에도 못미쳤다. 해외 기관투자자의 미확약 배정 규모는 국내 기관투자자 대비 약 138.1배에 달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12월 상장한 테라뷰(7,780원 ▼350 -4.31%)(테라뷰홀딩스)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미확약을 조건으로 6812만1200주를 청약했고 1.06%에 해당하는 72만주를 받아갔다. 반면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21억877만3423주를 신청해 16만7061주를 받아가는데 그쳤다. 해외 기관투자자의 미확약 배정 규모는 국내 기관투자자 대비 약 133.4배 높았다.
이외에도 삼성증권이 단독 주관한 세미파이브(27,350원 ▼700 -2.5%)와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47,100원 ▼300 -0.63%)도 해외 기관투자자에게 배정된 물량이 국내 기관투자자 대비 각각 114.2배, 20.6배 높았다.
같은 기간 신한투자증권이 단독 주관한 아크릴(40,900원 ▼4,250 -9.41%)은 미확약 청약 물량에서 해외 기관투자자가 국내 기관투자자 대비 4.5배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는데 그쳤고 NH투자증권이 단독 주관한 이지스(10,850원 ▼850 -7.26%)는 2.9배, 대신증권이 단독 주관한 삼진식품(10,790원 ▼160 -1.46%)은 2.2배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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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관 배정이 원칙적으로 신청 규모와 운용자금을 고려해 이뤄지면서 일정 부분 주관사 재량이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특정 증권사가 주관하는 IPO에서 해외 기관투자자 미확약 물량 배정이 반복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현상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테라뷰의 경우 영국 기업이니 자금력이 높은 해외 기관투자자가 대거 들어와 국내 기관투자자가 경쟁에서 밀렸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알지노믹스, 세미파이브,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와 같은 코스닥 IPO에 참여하는 해외 기관투자자는 글로벌 대형 하우스가 아니라 홍콩 등 아시아권 중소형 하우스들이 대부분이다. 단순히 자금력 차이로 국내 기관이 밀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한 투자일임사 대표는 "주관사가 자사에 우호적인 기관 리스트를 만들어 배정 물량을 더 주는 관행이 있기는 하다"면서 "시장에 배정 관련 공정성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해 상반기 한차례 금융당국에서 증권사별로 기관투자자 물량 배정 현황 자료를 요구하고 특정 기관에 물량이 과도하게 배정된 경우 그 사유를 소명하도록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국내 기관투자자 의무보유확약 참여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주관사가 국내 기관에 미확약 물량을 과하게 배정하면 당국의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해외 기관투자자에게 미확약 물량을 더 주는 구조가 형성된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기관 배정은 발행사와 투자자 구성,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며 "IPO를 담당하는 하우스마다 전략과 기준이 다르고 시장 환경과 종목 특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수치만으로 배정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