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제한 20%… 법시행후 3년 유예
"재산권·기업활동 자유 등에 위배" 입조처 판단도 단호
야당과 이견에 與 내부서도 우려, 입법 장기 표류 전망

정부 여당이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20%'로 제한하기로 일단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소유지분 제한'이라는 프레임이 유지되는 한 위헌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운영을 주도하는 국민의힘도 대주주 지분 규제에 강하게 반대해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장기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입조처)는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입법) 정부안에 포함된 거래소 대주주 지분제한과 관련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태스크포스)는 금융위원회와 대주주 지분제한 상한을 20%로 두되 법시행 후 3년간 유예기간을 두는 입법안에 합의했다. 합의안에는 시행령을 통해 지분율을 최대 34% 허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당정은 합의안을 우선 처리한 뒤 예외적으로 34%까지 확보할 수 있는 요건 등을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입조처의 판단은 단호했다. 입조처는 해석을 의뢰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에서 "대주주 지분율 제한이 재산권(헌법 제23조)과 직업의 자유·기업활동의 자유(헌법 제15조), 소급입법 관련 문제(헌법 제13조)에 있어 위헌으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입조처는 "국내외 입법례를 비교할 때 기존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을 일률적으로 감축하도록 한 사례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해외 주요국은 유의지분 승인·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심의 규율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련 제도의 도입 여부는 헌법적 쟁점, 정책적 타당성 및 국제 규제동향과의 정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보다 먼저 가상자산거래소 규제를 법제화한 나라들 중 대주주 지분율을 제한한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미국의 경우 뉴욕주가 2015년부터 가상자산거래소사업을 신청하면 주요주주·임원·책임자 등의 신원조회 정도를 요구할 뿐 연방의회 차원의 제한입법은 없다. 싱가포르는 사업 비윤리 행위에, 영국은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 및 거래소 소유구조 공시 등에 초점을 맞췄다.
김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규제 지분율 수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분율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시장이 형성되기 전에 지분 규제가 이뤄졌다면 모르지만 사후 규제를 가하겠다는 것이어서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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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부에서도 대주주 지분제한은 위헌 소지가 있는 데다 산업혁신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목소리가 비등하다.
민주당 디지털자산TF도 대주주 지분제한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학계·법조계·업계 자문위원 9명으로 구성된 민주당 디지털자산TF 자문위원단 역시 지난달 4일 "(지분 규제는) 당혹스러운 아이디어"라며 "관치의 시각에서 벗어나 충분한 숙의를 거쳐 현명한 판단과 속도감 있는 입법이 이뤄지길 간곡히 요청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민주당에 제출했다.
정무위원회 상황도 여의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당 정무위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비합리적인 사안에 발목잡혀 늘어지고 있다"며 "국민의힘도 반대하고 있어 당정 합의안이 올라가더라도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정무위원 역시 "여야 합의 없이는 정부 의도대로 법안이 통과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