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도 못 갚는데, 남은 빚 1.7조…상환여력·등급하향 알고 발행했나

400억도 못 갚는데, 남은 빚 1.7조…상환여력·등급하향 알고 발행했나

김지훈 기자
2026.04.28 17:03

제이알글로벌리츠

사진=제이알글로벌리츠 홈페이지 캡처
사진=제이알글로벌리츠 홈페이지 캡처

제이알글로벌리츠가 400억원 규모 초단기 채무(만기 10일 사채·4월 17일 발행) 상환을 이행할 수 없다며 기업회생을 신청한 가운데 잔존 부채 규모가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28일 파악됐다.

열흘 전 사채를 발행할 무렵엔 신용등급 강등도 사실상 예견된 상태여서 애초에 상환 여력을 확신하고 자본시장에서 차환성 사채를 연쇄적으로 발행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머니투데이가 제이알글로벌리츠 사업보고서, 한국신용평가 분석 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7일 발행한 400억원 규모 단기사채(27일 원리금 미상환 공시 대상)를 포함해 27일부터 오는 2029년3월12일 사이 만기를 맞는 차입금 규모가 1조7006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전날 원리금 미상환을 공시하는 한편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별도 공시한 상태다. 상환 기간이 열흘에 불과한 사채를 발행하고 갚지 못한 것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해 2월 미국 자산 환정산금 295억원, 지난해 8월 벨기에 자산 환정산금 524억원, 벨기에 담보부대출 조기상환금 235억원 등을 마련하기 위해 잇따라 무보증사채와 단기사채를 발행했다. 아울러 지난 1월에는 보통주 신주를 1200억원 규모로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가 2월 들어 해당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차입부채 만기 일정표/그래픽=김지영
제이알글로벌리츠 차입부채 만기 일정표/그래픽=김지영

시장에선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자금 상환 여력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졌다. 실제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제이알글로벌리츠 무보증사채에 대한 등급(A-)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고 이달 20일 신용등급을 결국 BBB+로 하향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이달 14일 캐시트랩(Cash Trap·현금유보) 가능성을 공시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회생 신청 당일엔 신용등급이 BB+로 떨어졌고 이날(28일)은 C로 추가 하향(한국기업평가 기준 D)하는 등 신용평가업계에서 하향이 잇따랐다. 이번 등급 하락 절차에 관련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14일 캐시트랩 발생에 대한 회사의 대응 방안을 문의를 했다"라며 1월 감정평가 지연 2월 유상증자 철회 3월 등급전망 부정적 변경 등 이벤트가 있어 제이알글로벌리츠 측과 소통해 왔다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특정 기업이 신용등급 하향이 임박한 사실과 채무 관련 불확실성을 인지하고도 사채를 발행했다면 사기적 부정거래 여부가 수사기관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2013년 당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부도 위험을 알고도 1조3000억원대 기업어음·회사채를 발행한 혐의로 기소돼 처벌받은 전례가 있다.

본지는 제이알글로벌리츠에 등급 강등 사전 인지 여부·상환 재원 등에 대한 입장을 질의하기 위해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기업회생 관련 입장문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기업회생 관련 입장문

제이알글로벌리츠 대표이사는 설립 시점(2019년10월18일)부터 오남수 전 금호그룹 전략경영본부장이 맡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오 대표가 전략경영본부장을 맡던 시기인 2006년 대우건설을 6조4255억원에 2008년 대한통운을 4조104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2009년 12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자율협약 대상이 됐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홈페이지 공지에서 "회생절차 개시신청으로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었다"고 했다. 회사는 "운영자금 확보 및 신용등급 하락 방지를 위한 재무 안정성 제고를 목적으로 2026년 초 보통주 신주 발행을 통해 1200억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추진했다"며 "조달 자금은 환헤지 계약 정산금 보충 벨기에 파이낸스 타워 시설투자 재원 확보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하고자 했다"고 했다.

이어 "유럽 현지 대주단 일부가 감정평가 과정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해 자본조달에 장애를 유발하고 납득할 수 없는 감정평가를 근거로 파이낸스 타워가 현금유보 사유에 해당한다고 일방적으로 통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츠의 유동성 관리에 중대한 제약이 발생했고 현지 대주교체 및 긴급 운영자금 대출 등의 노력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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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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