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물을 했어."
"아니, 누구 선물을 얼마나 비싼 걸 산 거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선물 투자로 손실을 본 상우와 주인공 기훈이 나눈 대사다. 한때 파생상품은 일반인들에게 매우 낯설고 어려운 금융상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중문화 속 대사 한 줄 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를 이해하고 웃을 수 있을 만큼 익숙한 개념이 됐다.
올해는 우리나라 장내 파생상품시장이 출범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거래소는 1996년 5월 3일 코스피200 선물 상장을 시작으로 코스피200 옵션, 금리선물, 통화선물 등 다양한 상품을 도입해 왔다. 현재는 거래량 기준 세계 10위권의 대표적인 파생상품 거래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장 개설 초기인 2000년대 들어 우리 파생상품시장은 거래량 기준 세계 1위를 구가한 적도 있다. 2010년대 이후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가 도입되면서 거래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파생상품이 지닌 높은 위험성과 투기적 활용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시장 규모 축소를 감수하는 선택으로 이어졌다.
사실 이러한 우려가 과장된 것만은 아니다. 1995년 닉 리슨(Nick Leeson)은 무분별한 파생상품 거래로 1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발생시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베어링스은행(Barings Bank)의 파산을 초래했다. 국내에서도 2014년 한맥투자증권이 옵션 주문 오류로 단 2분 만에 약 46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파생상품의 활용은 개인과 기관을 막론하고 재앙을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개설 30주년을 맞은 우리 파생상품시장은 앞으로 무엇을 지향해야 할까. 거래량 순위의 회복이 목표일 수는 없다. 파생상품 본연의 기능을 통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유용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우선 효율적인 위험관리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파생상품시장의 본질은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이전하는 데 있다. 따라서 투자자 보호라는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시장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균형 있는 규제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지나치게 엄격한 진입규제는 투자자들을 국내 장내시장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 해외시장이나 가상자산시장 등으로 내모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아울러 가격발견 기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파생상품시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미래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와 정보를 가격에 신속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한국거래소가 코스피200 및 코스닥글로벌 지수 구성 종목 전체에 대한 주식선물을 상장하고, 24시간 거래체계 구축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변화이다. 이러한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전 세계 투자자들의 정보와 전망이 국내 주요 자산의 가격에 보다 효율적으로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독자들의 PICK!
파생상품은 오랫동안 투기와 위험의 상징처럼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본래의 목적에 맞게 활용되는 파생상품은 기업과 투자자, 금융기관이 다양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금융 '인프라'이다. 파생상품은 위험을 만드는 시장이 아니라 위험을 거래하고 배분하는 시장이다. 지난 30년이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축적해 온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30년은 그 토대 위에서 파생상품시장이 우리 금융의 선진화를 이끄는 핵심 엔진으로 도약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