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준환의 미국 스몰캡(26)]포엣 테크놀로지스 (2/2)

최근 나스닥 투자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기술이 있다. 전기 대신 빛으로 데이터를 옮기는 이른바 실리콘 포토닉스(광반도체)다. 지금까지 반도체의 데이터는 구리선을 타고 전기로 흘렀다. 그런데 거리가 멀어질수록 신호가 새고 전력을 잡아먹는다. 광반도체는 구리선 대신 빛의 깜빡임으로 반도체끼리 데이터를 주고받는 개념이다. 초고속 모르스 부호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 기술을 시현한 제품이 광트랜시버인데 실리콘 포토닉스 외에도 다양한 기술이 있는데 최근에는 이를 통합해 시너지를 높이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나스닥의 포엣 테크놀로지스(POET)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최고 경영자는 수레시 벤카테산. 세계 2위 반도체 파운드리의 기술 총괄 자리를 박차고 나와, 매출이 거의 없던 무명 회사에 인생을 건 인물이다.
벤카테산의 이력은 화려하다. 인도 명문 인도공과대학(IIT)에서 전기공학을 마치고, 미국 퍼듀대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이후 모토로라와 프리스케일에서 반도체 기술을 익혔다. 모토로라에서는 고임팩트 기술상을 세 번 받았다. 보유 특허만 25개가 넘는다. 진짜 도약은 글로벌파운드리에서였다. 2009년 합류해 기술개발 총괄(수석부사장 겸 CTO)에 올랐다. 그가 맡은 28나노 공정은 매출 제로에서 약 2조9000억원(20억달러)까지 커졌다.
14나노 공정의 기술 전략도 그의 손을 거쳤다. 당시 글로벌파운드리는 연 매출 40억달러가 넘는 세계 2위 파운드리였다. 그런 그가 2015년, 돌연 자리를 옮겼다. 행선지는 매출이라 부를 게 거의 없던 캐나다의 작은 광반도체 회사 포엣이었다. 의아해하는 지인들에게 그는 "포앳 기술의 거대한 시장 잠재력을 봤다"고 답했다.
당시 포엣은 광 인터포저 회사가 아니었다. 전자 소자와 광학 소자를 단일 반도체 웨이퍼에 모놀리식으로 집적하는 평면 광전자 기술(Planar Opto-Electronic Technology) 플랫폼을 개발하던 회사였다. 벤카테산이 끌린 건 바로 이 기술이었는데 정작 회사를 옮겨 놓고 보니 생각만큼 쓸만한 기술이 아니었다.
고심하던 그는 방향을 틀었다. 제품 로드맵을 새로 짜고 투자와 사업을 정리해 리빌딩했다. 다른 기술보다 광 인터포저 하나에 올인하도록 조직을 갈아 넣었다. 광부품을 반도체처럼 웨이퍼 단위로 찍어내는 그 기술이다. 벵카테산은 광 인터포저 개발에만 5년, 약 870억원(6000만달러)이 들었다.
결과가 좋다면 도박도 성공적인 투자다. 때 마침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붐이 터지며 데이터센터의 광연결 수요가 폭발했고, 광부품을 싸게 많이 찍어낸다는 포엣의 이야기가 시장의 귀를 잡았다. 리튼·시버스·NTT 같은 기업과 협력이 이어졌다. 2025년 6월 약 약 4300억원(3억달러)였던 시총은 2026년 봄 약 2조6000억원(18억달러)를 넘어섰다. 1년 만에 6배. 벵카테산의 베팅이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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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후 핵심 고객이던 마벨이 기존 발주를 전량 취소하고 집단소송이 제기되는 등 위기가 오면서 회사는 다시 흔들리는 중이다. 포엣의 양산 기술 자체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다. 광부품을 반도체처럼 찍어낸다는 발상, 그리고 그걸 5년간 밀어붙인 집념은 진짜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거대 고객을 상대하는 회사에서 기밀유지는 기술만큼 중요한 자산이다. 그 약속이 무너지자 매출도 신뢰도 함께 빠져나갔다. 특히 포엣은 매출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마벨의 발주를 시작으로 고객사가 늘어나는게 중요한 시점이었는데 정작 기초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아 회사가 흔들린 것이다. 벤커테산과 포엣의 다음 분기점은 또 하나의 신기술이 아니라, 이탈한 고객을 되찾고 소송을 매듭짓는 신뢰 회복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