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신용 하위등급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비상등이 켜졌다. 기관 투자자 수요가 위축되며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금리까지 상승 압력을 받게 돼 은행 대출 비용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관 투자자에 속하는 증권사들은 금리 상승에 따라 이미 채권 평가손실 처리 이슈가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6일 오후장 최종호가 기준 무보증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금리는 연 4.544%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1.9bp(1bp=0.01%포인트) 내렸고 14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 4.582%보다는 3.8bp 낮다. 하지만 올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3.459%와 비교하면 108.5bp 올랐다. BBB-등급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2.0bp 내린 10.345%로 집계됐다. 14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 10.387%보다는 4.2bp 낮지만 연초 9.303%보다는 104.2bp 상승한 상태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며 금리가 상승한 것은 가격이 하락했다는 의미다. 채권금리 하락은 금리인상 전망이라는 재료 소멸에 따른 것일 수도 있지만 기준금리 상승은 시장 금리 전반에 장기적으로 상승 압력을 가하는 요인으로 손꼽힌다.
증권·운용업계에서는 올들어 채권 투자에 소극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채권 가격 하락이 채권 평가손실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지난해 말 국채 3년물 금리가 2.95% 선이었지만 현재 3.8%를 오가는 상황으로 거의 90bp가 오르면서 증권사들, 자산운용사들에 (채권 투자 관련) 평가 손실이 확산한 상태"라며 "손실이 있다 보니 수요도 쉽사리 따라붙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 대출금리가 오르더라도 BBB급 기업이 회사채 시장을 돌파구로 삼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기관의 평가손실과 개인투자자 수요 위축이 겹친 가운데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모집액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금리 상승기가 길어질수록 현금 창출력이 약하고 차환 의존도가 높은 BBB급 기업부터 자금 조달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BBB+등급이던 제이알글로벌리츠(1,182원 0%)는 지난 4월 전자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했는데 이 채권 인수자가 한국투자증권이었다. 중앙일보는 한양증권(19,770원 ▼280 -1.4%)이 보유한 22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에 대한 조기상환 요구를 이행하지 못하면서 최종 부도 처리됐다.
BBB+등급인 한진(15,360원 ▲120 +0.79%)은 지난 14일 4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년물 200억원 모집에 190억원의 주문만 받아 10억원이 미매각됐다. 같은 BBB+등급인 동화기업(5,700원 ▼70 -1.21%)은 지난 5월 4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서 주문을 한 건도 받지 못해 전액 미매각됐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하위등급 고금리 채권을 사들였던 개인투자자들까지 최근 잇따른 기업 부도로 피해를 본 상황"이라며 "기관 투자자들도 손실이나 여론을 의식하면 하위 등급 채권 투자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