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반사익·유가반등 정제마진 기대감
증권가 "고유가 따른 수요감소 유의"

국내 정유업종이 증시와 엇갈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동 무력충돌로 일대 정유설비가 대거 파손되면서 반사이익 기대감이 고조됐다. 되살아난 미국·이란 갈등에 국제유가까지 반등하면서 주가 눈높이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21일 한국거래소에서 에쓰오일(S-Oil(141,600원 ▼5,100 -3.48%))은 14만16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이달 상승률 33.08%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116,300원 ▼600 -0.51%)(종가 11만6300원)은 22.55%, GS(82,500원 ▼700 -0.84%)(8만2500원)는 24.43% 오르며 같은 기간 20.39% 내린 코스피 지수와 희비가 엇갈렸다.
정유사들의 주 수입원은 원유를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으로 가공해 판매하며 얻는 정제마진이다. 제품 판매까지는 최대 수개월이 걸리는데, 미리 주문한 원유의 가격이 급등할 경우 정유사들은 정제마진이 늘어나는 '래깅 효과'를 얻게 된다. 실제로 국내 정유사들의 지난 4~5월 실적은 이란 전쟁 개전 이후 급격히 개선된 바 있다.
원유 가격은 지난 5월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다 지난달 60달러대까지 급락했다. 미국·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서다. 국내 정유업계는 급격한 역(逆) 래깅효과를 우려했지만, 중동권역 무차별 공습 여파로 석유제품 공급부족이 심화하면서 정제마진 감소폭은 예상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 후유증이 잔존하는 가운데 이달 들어 또다시 악화하는 중동 정세는 아시아권 정유사들의 생산 안정성을 부각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로부터 드론 공격을 받아 경유 수출 차질을 빚게 된 러시아발 돌발 악재가 여타 권역 정유사들을 둘러싼 이익증대 가능성을 더했다.
휘발유·경유 가격이 하방을 지지받는 사이 국내 정유사들은 또다른 수익원인 윤활기유 수출을 늘리는 추세다.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2분기 윤활기유 수출액은 16억140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68.8%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한국의 윤활기유 수출가격은 톤당 2130달러로 지난달 대비 14% 상승했고, 지난달 유가 하락으로 기유 원재료 가격은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평균판매가(ASP)는 더 상승한 것"이라며 "흐름이 이어진다면 정유사의 3분기 윤활기유 이익은 사상 최고치인 2분기 레벨에서 2배 가량 더 증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유주 투자전략으로 세계 원유수급 동향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유가 급등이 국내 정유사들을 둘러싼 낙관론을 자극하고 있지만, 공급망 교란이 심화할 경우 생산이 끊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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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5개월 가까이 걸프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 석유시장은 호르무즈 우회항로를 통해 일부 안정을 찾았지만, 현재 미국·이란의 갈등은 지난 3월보다 심화됐다"며 "예멘 후티 세력까지 홍해 남단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막겠다고 발표했고, 홍해가 막히면 석유수출 우회로는 사실상 차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러시아·걸프·중국·동남아 등지의 정유설비 가동차질 규모는 세계 수요의 15%에 달하고, 현 추세대로면 미국 석유재고는 다음달 중순 1990년 집계 이래 최저로 떨어진다"며 "석유만 제대로 수입되면 한국 정유사들의 내년 실적은 올해보다 좋을 수 있다"고 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WTI 기준 배럴당 90~100달러 이상 구간에선 주가 상승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유가가 수요를 파괴한다면, 유가 급등을 보고 정유주를 매매하는 전략은 정답일 수 없다"고 했다.